“우리나라는 농가 1인당 경작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업들이 1차산업인 농산물 생산에 직접 나설 경우 영세 농민들이 큰 피해를 봅니다. 기업들은 2차ㆍ3차ㆍ6차 산업과 같은 농업 전후방 연관산업에 적극 투자하면 농민들과 상생하며 미래농업의 희망을 일굴 수 있습니다.”
김병원 농협회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최고경영자(CEO) 조찬경연에 참석해 ‘농업이 미래다’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유망한 농업 관련 전후방 연관산업으로 스마트팜·정밀농업·드론 관련 기술 개발, 농업 관련 빅데이터 구축, 농식품 가공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유통·판매 인프라 확충, 외식·숙박 사업 투자 등을 꼽았다.
이날 오전 6시50분부터 8시50분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조찬경연에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CEO와 임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향을 생각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김 회장의 강연내용을 메모하거나 스마트폰에 담으며 경청했다.
김 회장은 “구글·소프트뱅크·듀폰·바이엘·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식량난이 가속화될 것에 대비해 농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도 ‘대한민국 농업이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농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농업의 사각지대를 채워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스마트팜·식물공장·태양광발전 등 첨단기술을 농업에 도입한 국내외 사례를 설명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수준 높은 ICT·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농업·농촌에 접목하면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농식품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17년 현재 6조2900억달러(약 6785조230억원) 수준으로 정보통신(IT·3조5800억달러)과 자동차(2조1500억달러)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며 “농협경제지주는 오리온과 손잡고 경남 밀양에 쌀가루가공공장을 준공하는 등 쌀 소비촉진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가치를 헌법에 담기 위한 농협의 노력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스위스는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정부 지원을 명시했고, 일본은 고향세를 도입해 한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농촌에 유치하고 있다”며 “농협은 2017년 농업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국민서명운동을 벌여 1100만명이 넘는 국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그 결과 대통령 개헌안에 농업가치를 반영시키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도시민들이 가진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김 회장은 “많은 도시민들이 ‘농업은 돈이 되지 않고, 농촌엔 노인만 있고, 농민은 후줄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농업도 돈이 되고, 농촌엔 청년 여성농민들도 꽤 있고, 스마트폰으로 최첨단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기업인들과의 일문일답도 있었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농업에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을 접목,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 관련 최첨단 시설을 만들어 농민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의 협력방안에 대해선 “기업들이 농가들의 요청이 많은 농기계 개발에 의향이 있을 경우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다양하게 제휴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