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마을 칠갑산얼음분수축제
답사기 작성일 : 2014년 8월
칠갑산이 품은 산골 오지 마을이 변신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외롭던 그 땅에 이제는 사람들의 웃음과 활기로 가득하다.
추운 겨울, 알프스마을 주민들이 일궈낸 축제의 뜨거운 현장으로 가보자.
겨울이다.
찬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눈이 펑펑 쏟아진다.
그런데 눈놀이는?영화 '러브스토리'를 보고 눈밭을 뒹굴며 눈에 흠뻑 취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눈은 매해 오는데 눈을 즐겼던 기억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 것만 같다. 도시에는 쌓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통에 방해가 되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뿐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고 불편한 삶은 나도 싫지만 그래도 겨울에는 눈을 잔뜩 보고 싶다.
누구나 Let it be~를 읊조렸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Let it go! 를 외친다.
2014년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 해였다.
엘사가 점령한 아이들의 마음은 눈의 세상을 꿈꾸지만, 회색빛 도시에 그런게 있을 리 만무하다.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뿌리치고 새하얀 눈 속에 파묻히고 싶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여기 청양에 있다. 하늘에 가깝다는 천장리 ‘알프스 마을’이다.
엄청난 크기의 얼음분수가 우리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반갑게 맞는 2014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각종 캐릭터들. 모두들 본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 분주하다. 울라프도 라바도 같이 찍혀 주느라 아주 바빠 보인다. 이건 흡사 연예인들의 팬미팅 현장 같기도 하다.
눈썰매장에는 아이들이 환호를 지르며 계속해서 썰매를 타고 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웃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어른들의 티 없는 웃음은 아이들의 웃음 못지않게 행복해 보인다.
얼음축제장의 하늘을 가르며 시원하게 내려가는 짚트랙도 큰 인기이다. 일품스릴로 소름 돋는 재미를 선사하는 짚트랙은 알프스마을의 얼음왕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니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즐겨 봐야 할 놀이가 아닐까 싶다.
그 경관이 멋져서일까. 눈썰매장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들에 비해 짚트랙은 다들 조용하고 의젓하게 탄다.
축제장에 먹거리가 없다면 그건 축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일 것이다.
얼음분수축제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밤 구워 먹기'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서 열심히 밤을 굽는다. 채에 담긴 밤을 불 속에 넣어 흔들흔들 구우면 노릇노릇 달콤하고 맛있게 구워진다.
이 맛있는 밤을 위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구워 먹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인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져 가는 사회에서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에 검댕을 묻혀가며 뜨거운 밤을 까먹는 모습에서 조금은 감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스 신화의 아르키메데스가 인간에게 불을 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알프스마을에는 겨울의 얼음분수축제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조롱박, 겨울에는 콩축제를 개최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이룬 게 아니라 바로 주민들의 힘을 모아 만든 축제라는 것이다.
직접 수확한 작물들로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도 직접 맞이한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내세우고 하는 축제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더욱 믿음이 간다.
내년부터는 봄에 '뷰티축제'를 개최한다고 하니 이곳은 명실상부 사계절 흥이 멈추지 않는 축제의 마을이 된다.
청양의 고개 너머 산골에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이룩한 숨어있는 보석,
알프스 마을이 있다. 그 보석은 지금 아주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