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납품 요구 등 불공정행위 여전 … 국회예산정책처 ‘재검토’ 주문
정부가 2008년부터 산지와 소비지간의 직거래 확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이 국회로부터 ‘사업 전면 재검토’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2009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을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사례가 계속되고 있고, 직거래에 대한 상생효과도 미흡해 예산 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은 직거래 확대를 통해 농산물 산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정부가 소비지 대형 유통업체에 직거래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 롯데마트 등 5개 업체에 250억원 지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0개 업체에 500억원, 올해는 12개 업체에 603억원을 각각 융자 지원했다. 또 마케팅 지원을 위해 2008년 15억원, 지난해 11억원, 올해 15억원을 각각 보조 지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농업계는 사업 초기부터 농업인들에게 염가판매를 강요해 유통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형 유통업체에 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예산처의 이번 자료는 농업계의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도 농업인과 산지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유통업체 3곳(롯데마트, 이마트, 이랜드리테일)은 자금 지원을 받은 2008~2009년 2년간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거래 시정조치를 받았다. 또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농식품 직거래 및 공정거래 지원센터’가 불공정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할인행사 강요 ▲저가납품 요구 ▲계약내용 변경 ▲부당한 비용 증가 등 불공정거래가 2008년 49건에서 지난해에는 52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거래가 발생해도 거래중단을 우려한 농업인이 조사에 소극적으로 답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는 조사된 것보다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불공정거래 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는 전혀 없다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예산처는 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표준거래계약서’ 체결도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자금 지원을 받은 10개 업체 중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한 업체는 3곳뿐이기 때문이다.
예산처는 특히 직거래를 통해 소비지 대형 유통에 발생한 이익이 산지조직에 배분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예산처는 직거래의 경우 대금정산에 일정기간이 소요돼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반품과 재고관리, 포장폐기 등 집계되지 않는 많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해 실질적인 농가수취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예산처는 결국 이윤 증대를 목적으로 하면서 자금력도 풍부한 대형 유통업체에 예산 규모를 늘려 가면서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당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산지출하 조직과의 거래교섭에 있어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예산 지원보다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해 합리적인 유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영채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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