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걸린 쇠기러기/벽에는 엮인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햇볕을 데쳐//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 초겨울 풍경을 연상케 하는 안도현 시인의 시 <갱죽>의 일부다. 과거에는 배고픔을 달래 주었던 시래기가 지금은 겨울철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식으로 거듭난 시래기를 만드는 법과 보관요령을 알아본다.
◆시래기 만드는 법=시래기를 만드는 데 쓰는 무청은 서리를 맞으며 자란 게 좋다. 이 무청을 우선 가지런히 손질하고서 통풍이 잘되면서도 햇빛이 직접 비치지 않는 비닐하우스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충분히 말린다. 보통 12월 초에 채취한 무청을 비닐하우스에 걸어 두면 이듬해 1월 초·중순까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숙성되고 자연스럽게 마른다.
무청을 삶아 말리기도 한다. 무청을 삶을 때는 소금을 약간 넣으면 빛깔이 그대로 살아 있게 된다. 탄산나트륨, 일명 ‘소다’는 영양소를 파괴할 수 있어 피한다. 시래기를 삶을 때는 가마솥이 좋지만, 압력밥솥을 이용해도 된다. 압력밥솥으로 삶을 때는 시래기를 넣고 나서 떡을 찔 때 쓰는 용기로 잘 눌러 시래기가 끓으면서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하고 25~30분 정도 삶는다. 삶은 시래기의 경우 겉껍질을 벗기고 나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완전히 말려 나중에 무침용으로 사용해도 좋다. 또한 이를 말리지 않고 비닐 등에 담아 냉동상태로 보관해뒀다가 찌개나 국에 활용할 수 있다.
◆시래기 보관요령=과일 상자 등에 담아 그늘에 두면 원형대로 보관할 수 있다. 더욱 안전하게 오랫동안 시래기를 즐기려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 비닐 팩에 넣고 냉장고 등에 일정한 온도로 저장하는 게 좋다. 말린 시래기는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부패할 수 있어 주의한다. 삶은 시래기는 비닐 팩에 넣고 영하 20℃ 전후에서 얼려 보관하기도 한다. 시래기를 냉동 보관할 때는 물기가 없으면 질겨질 수 있다. 따라서 물기가 조금 남아 있는 상태로 얼리면 연하면서도 맛있는 시래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