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품질이 떨어져 밥쌀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5년 이상 된 재고쌀 10만1000여t을 가축사료로 처분하고 있다. 170여만t에 달하는 정부양곡 재고를 줄이고 쌀값 안정을 꾀하고자 내린 고육지책이다. 내년에도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5만t의 현미쌀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료업계는 올해 쌀 사료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사료업계는 쌀 사료화가 정착되려면 안정적인 공급가격과 함께 까다로운 사후관리도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료화 8월까지 75% 진척=농림축산식품부는 8월 말까지 전체 10만1054t중 75%인 7만5000t의 현미쌀을 사료화했다. 10만1054t은 2012년산 현미 9만9000t, 2013년 수입쌀 2054t이다.
공급가격은 1㎏당 200원으로 주정용 쌀(210원)보다 다소 저렴하다. 공급 가격은 옥수수 대비 사료적 가치와 옥수수 수입단가, 환율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사료용 쌀은 처음엔 현미 상태로 공급되다가 6월부터 파쇄미로 공급되고 있다.
사료업계는 현재 이들 쌀을 옥수수 등 곡물사료 대신 소량 첨가해 돼지나 소 등의 사료로 생산 중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보다 두배 이상인 25만t의 쌀을 사료화할 계획이다.
◆국민 거부감 해소 및 공급가격이 관건=쌀 사료화는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다. 우선 쌀 사료화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을 상당부분 없앴다는 판단에서다. 쌀 사료화 논의는 그동안 ‘애써 농사지은 쌀을 가축에게 먹일 수 없다’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처음과 달리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쌀 사료화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신용주 팜스코 마케팅실장은 “어린돼지 사료에 사용하는데, 소화율이 좋다”고 평가했다. 이미 쌀사료는 옥수수 등에 비해 섬유질량이 적어 돼지와 닭의 단백질 효율을 높이고 돼지설사병의 일종인 적리(피똥) 발생률을 크게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가격이다. 사료업계 측은 “정부가 내년에 공급할 현미쌀 25만t은 연간 옥수수사료 수입량(800만~900만t)의 3~4%로 매우 적은 물량”이라면서 “가격상 메리트가 없다면 사료업계로선 재고미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이 옥수수와 견줘 가격면에서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후관리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료업계 측은 “사료용 쌀은 현재 한국사료협회와 농협중앙회 등이 월 1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및 지방자치단체가 분기마다 1회씩 점검하는데다가 사료용 쌀에 대한 수불상황도 5년간 보관하도록 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면서 “파쇄상태로 들어와 부정유통 우려가 없는 만큼 사료용 쌀의 사후관리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