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값 13만원대 붕괴가 초읽기에 몰렸다. 정부가 산지 쌀값을 견인하고자 25만t을 우선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격리물량 규모가 적다는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통계청은 15일자 산지 쌀값이 80㎏ 기준 13만1808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산 햅쌀에 대한 첫 가격조사인 열흘 전(10월5일자)에 견줘 2268원(1.7%)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현재의 산지 쌀값 낙폭이 열흘 뒤까지 이어지면 10월25일자 산지 쌀값이 80㎏당 13만원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산지 쌀값 13만원대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셈이다.
산지 쌀값 13만원대 붕괴는 변동직불금이 농업보조총액(AMS) 한도를 초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게 된다. 수확기(10월~익년 1월) 평균 산지 쌀값이 80㎏ 기준 13만411원 아래로 떨어지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연간 AMS 한도(1조4900억원)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AMS를 초과하는 변동직불금은 농가에 지급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농가의 반발과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산지 쌀값 하락세가 심각해지자 신곡수요량을 초과하는 25만t을 10월 말부터 시장격리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전체 시장격리 물량은 2016년산 실수확량이 발표되는 11월 중순에 확정하되 그 이전에 25만t을 우선 격리하겠다는 뜻이다. 또 지난해 시장격리 시점(11월12일)보다 보름 정도 일찍 시장격리에 나섬으로써 쌀값 하락세를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산지 농가들은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이 예상보다 적어 시장격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농가는 “정부가 신곡수요 초과물량 30만t을 연내 격리하는 것으로 아는 농가들이 대부분인데, 25만t에 그쳐 많이 당황스럽다”며 “이 정도의 물량으로 산지 쌀값 하락세가 멈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상당수 농가들은 정부의 올해 시장격리 물량이 30만t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농식품부가 6일 시장격리 방침을 발표하면서 “신곡 초과물량이 30만t 내외가 될 것이란 게 실무추정”이라고 언급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농업전문가들은 “5만t을 더 시장격리해 산지 쌀값을 잡는 것이 변동직불금을 줄여 정부재정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30만t 이상을 연내 시장격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쌀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격리 시점이 너무 늦었고, 25만t이라는 격리물량 규모도 크게 적다”며 “시장격리 물량을 30만t 이상으로 늘리고, 격리시점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