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대파농사를 짓는 젊은 농사꾼 한완희씨가 잎마름병에 걸린 대파를 보여주고 있다.
경남 창원 청년농부 한완희씨
지난가을 태풍 영향 밭 침수 대파 잎마름병 증세로 ‘시들’ 비료 살포 노력 등 소용없어
“상품성 떨어져 헐값에 판매 토지 임차료조차 못 내 막막”
“태풍 ‘콩레이’로 침수피해를 봤던 대파를 최근 수확해보니 상품성이 없어 다 버려야 할 지경입니다. 한푼이라도 건지려면 이렇게 직접 5일장에 나와 헐값에라도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유등리에서 대파를 재배하는 한완희씨(38·김해시 한림면 가산리)는 “2018년 태풍 ‘콩레이’가 왔을 때 한국농어촌공사의 안일한 대처로 대파밭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한씨 주장에 따르면 2018년 10월6일 아침부터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오전 11시쯤 나와보니 대파밭이 물에 잠겨 있었다. 개인양수기를 돌려 밭에 고인 물을 퍼내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한씨는 피해 상황을 알리기 위해 농어촌공사 창원지사로 연락했다. 하지만 한씨는 “농수로나 논에 대한 관리는 김해지사 관할이라는 이야기가 돌아왔다”며 “다시 김해지사로 연락했지만 ‘배수는 창원지사 관할이고 침수된 상황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인근 농수로 끝에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유등배수장을 찾았지만 그곳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근무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때 배수장의 모터를 가동해 농수로의 물만 퍼냈어도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지만 유등배수장은 당일 오후 2시30분께 가동됐다. 한씨는 “대파는 오후까지 물에 잠겼고 물이 빠진 이후에도 땅이 물을 머금고 있어 다음날 새벽 4시나 돼서야 물기가 어느 정도 빠졌다”면서 “이후 대파가 잎마름병 증세를 보이며 시들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씨는 요소 등 비료를 주며 대파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대파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2018년 12월22일 한씨는 인건비 100여만원을 들여 대파를 수확해 도매시장에 400단을 출하했지만 손에 쥔 건 고작 21만원이었다.
한씨는 “인부·모친과 함께 4명이서 이틀간 작업했는데 정상값의 3분의 1도 안되는 값을 받고는 더이상 도매시장에 낼 수 없었다”며 “하는 수 없이 지금은 부산 구포장, 경남 진영장·창원장·함안장 등 5일장이 서는 곳마다 직접 팔러 다닌다”고 한탄했다. 한씨는 “대략 6600㎡(2000평)의 밭을 계산해보니 4300만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인건비는 고사하고 토지 임차료조차 낼 수 없어 모친까지 다섯식구의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는 “당시 유등배수장은 태풍에 대비해 비상근무 중이었다”며 “규정상 홍수 때는 수문을 열어 자연배수를 먼저 한 뒤 강 수위가 농수로보다 높아지면 그때 수문을 닫고 펌프를 돌려 강제배수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2시30분쯤 배수장이 가동된 것도 그 절차를 따랐기 때문”이라며 “인근 논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배수계획은 벼농사가 기준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한씨는 “벼야 물에 잠시 잠겨도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농작물은 치명적”이라며 “논에 벼를 심건 감자·대파·딸기 등을 심건 그것은 농민의 판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벼만을 기준으로 배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논에 타작물 재배를 권장하는 정부시책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씨는 “젊은 나이에 귀농한 청년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한탄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는 “한씨의 대파가 침수피해를 본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당한 절차에 의해 대처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보상에 나설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