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농식품부, 24개 농민단체 참석 ‘제1회 농정협의회’서 밝혀 미국·중국 등 관세율에 이의 제기…국별쿼터 협의 불가피 밥쌀용 쌀 의무수입 비중 되살아날 가능성 있어…파장 예상
정부가 쌀 관세율 513%를 확보하기 위해 국별쿼터(CSQ) 부활을 추진한다. 또 밥쌀용 쌀 수입 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4개 농민단체의 실무급 책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년 제1회 농정협의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밝혔다.
국별쿼터는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쌀 가운데 일정 물량을 특정 국가에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농식품부는 2015년부터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하면서 국별쿼터를 폐지했었다. 국별쿼터는 2004년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재차 유예한 데 따른 대가로, 관세화 전환에 따라 국별쿼터는 자동으로 사라졌다.
기존에 국별쿼터를 확보했던 미국·중국·태국·호주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쌀을 수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국별쿼터를 없앤 대신 곡종별 쌀 수입을 통해 사실상 국별쿼터를 유지해왔다. 수입쌀을 입찰할 때 단립종(중국)이나 장립종(베트남·태국) 등 특정 곡종을 입찰가능 곡종으로 지정함으로써 특정 국가가 낙찰받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가 주력인 장립종 외에 단립종까지 생산하면서 이런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저가 입찰방식 아래에서 가격경쟁력이 베트남에 밀릴 수밖에 없는 미국·중국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런 불만은 ‘쌀 관세율 513%가 너무 높다’는 공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우리가 설정한 쌀 관세율 513%에 이의를 제기한 국가들은 자국의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배분해줄 것을 관세율 검증 초기부터 요구하고 있다”며 “쌀 관세율 513% 확보를 위해 국별쿼터 배분 관련 협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별쿼터 부활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우리보다 먼저 쌀 관세화를 단행한 대만은 관세율에 대한 수출국들의 이의 제기를 국별쿼터로 무마했다. 일본 역시 암묵적으로 의무수입쌀의 50%가량을 미국에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쌀 의무수입물량이 76만7000t으로 확정된 2000년 이후부터 미국산 비중은 47%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별쿼터가 부활한다고 해서 의무수입 총량(40만8700t)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별쿼터를 쥔 국가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를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쌀을 비싸게 수입할 수 있다. 2012년 정부는 중국에 배정된 쿼터를 소진하려고 그해 2월과 6월 입찰을 실시했는데, 중국 측이 터무니없이 높은 값을 제시하는 바람에 모두 유찰된 바 있다. 당시 쌀 수출국이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우리나라는 유찰시킬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국별쿼터가 폐지되면서 이런 권리도 없어졌다. 만약 국별쿼터를 부활시킨다면 이런 권리도 명문화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밥쌀용 쌀 의무수입 비중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밥쌀용 쌀은 가공용보다 등급이 높고 가격도 10%가량 비싸다. 쌀 수출국 입장에서는 수입국시장을 실질적으로 파고드는 효과가 있다. 우리의 쌀 관세율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들이 밥쌀용 쌀 수입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 대우’ 규정 때문에 밥쌀용 쌀 수입을 아예 안할 수는 없지만, 수입량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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