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두메부추·곰취 등 기능성 자생 산나물을 재배하는 고영순씨.
고영순씨(41·제주시 한경면 판포리)는 곰취·산마늘(명이나물) 외에도 어수리·눈개승마·산당귀·배초향(방아잎)·두메부추 등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은 산나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이다. 주로 재배하는 15종 외에도 수십 종을 연구용으로 재배 중이다.
해발 20m 정도인 제주의 해안가에 있는 그의 1650㎡(500평) 하우스 안에는 원래 고지대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하엽이 지지 않고 싱싱하다.
고씨는 그 비결로 식물에 맞게 토양환경을 조성하고, 차광막과 관수 등의 시설로 온·습도를 관리한다는 점을 들었다. 병해충 및 토양 관리도 화학농약·비료를 쓰지 않고 모두 식물을 발효 숙성해 얻은 것으로 사용한다.
“같은 곰취라도 자생지에 따라 맛과 향·식감이 미묘하게 다른데, 수년간 전국의 고지대를 다니며 가장 우수한 원종을 선택(건실한 모주 선발)했고, 이를 3대 이내로 증식한 뒤 친환경 재배한다는게 특징이죠. 그래서 쓴맛이 적고 민트향이 나는 곰취, 매운맛은 덜하고 단맛이 나며 즙이 나오는 야생부추 등 비슷해도 다른 식물들입니다.”
대학 농학과에 입학, 자생식물에 관심을 갖고 석사과정을 마친 후 여미지식물원과 상효수목원을 거쳐 제주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그는 2013년 60종의 제주 자생식물의 일반적 특성뿐만 아니라 특허정보, 연구정보, 산업적 이용 및 활용 등을 정리한 <제주 유용식물 편람>을 펴내기도 했다.
박사과정 중인 그는 지난해 귀농해 본격적으로 기능성 산나물을 재배하면서 대학과 연구소의 항산화·항암·항비만 등의 효능 연구에 재배 중인 산나물을 시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식용 가능한 국내 자생식물 480종 가운데 식품으로 가치가 높은 식물은 약 90종이고, 농가가 재배하는 품목은 40종 정도이지만 상당수는 지역에 적합한 생산기술이 확립돼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취나물과 산마늘같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상당량을 수입해오고 있기도 하고요.”
고씨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작목으로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고, 기능성이 풍부한 우리 자생 식물자원인 산나물을 손꼽으며, 쌈·샐러드·장아찌·차 등 무궁무진한 요리법 외에도 기능성 제품으로 가공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역설했다.
“기능성이 풍부한 자생 산나물을 친환경재배해 약이 아닌 식품으로 병을 고치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재배체계를 확립해 농가들에게 소득작물로 보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체험·교육장으로 가꾸고 싶은 희망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