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팀이 7~8일 인천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의 잔존 여부를 정밀조사하고 있다.
[초점] 농업분야도 붉은불개미 ‘공포’
가축 가장 취약…떼로 공격하면 생산성 ‘뚝’ 임신 땐 스트레스로 유산
살충제 사용 못하는 유기농업도 큰 타격 우려
수입 화물로 유입돼 통제 한계 검역·방제 인력 대폭 늘려야
외래해충인 붉은불개미가 국내 주요 항만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2017년 9월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5차례 발견됐다. 특히 7일에는 인천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처음으로 여왕개미까지 발견돼 붉은불개미의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 합동조사팀은 “군체 크기가 작고 번식이 가능한 수개미와 공주개미가 발견되지 않아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붉은불개미의 발견 빈도수가 늘어나고 여왕개미까지 나오면서 검역당국의 철저한 방제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붉은불개미가 토착화할 경우 농업분야에 미칠 피해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실제 붉은불개미가 토착화한 미국 등에서는 이로 인해 농작물과 가축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은=외래종인 붉은불개미는 2.5~6㎜ 크기의 작은 개미다. 솔레놉신이라는 독성을 지니고 있어 건강한 사람이 물리면 따끔한 통증과 발진 증세,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 독성이 세지 않아 모기에 물렸을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증상은 사라진다. 꿀벌의 독성을 2로 봤을 때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1.2 수준에 그친다.
붉은불개미가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곳은 농업분야다. 식물의 뿌리와 나무껍질을 뚫고 즙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묘목을 말라죽게 한다. 유기농업을 하는 곳이라면 살충제를 쓸 수 없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축산은 붉은불개미에 가장 취약한 분야다. 소·돼지·닭 등에 붉은불개미 떼가 들러붙게 되면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가축이 개미집을 밟으면 붉은불개미가 그 가축들을 물고 쏘게 된다”며 “이때 한두마리가 쏘는 게 아니다보니 가축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고, 임신한 가축이라면 유산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붉은불개미로 인해 매년 6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농작물과 가축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가장 크고, 전기 합선을 유발해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 자꾸 유입되나=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현재 미국·호주·중국 등 26개국에 분포하고 있다. 미국엔 1930년대에 유입돼 토착화했으며, 중국·대만 등 아시아지역에도 2000년대 들어 번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수입 화물에 묻어오는 붉은불개미를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도 모두 수입 화물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검역당국이 절차와 인력에 따라 개장 검사할 수 있는 컨테이너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컨테이너의 외부 틈새로 붉은불개미가 숨어들면 그나마도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붉은불개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예찰트랩 설치와 육안 검사뿐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로 수입 화물이 반입되기 전에 상대국에 사전 검역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홍기정 순천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붉은불개미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상대국에 컨테이너 청결 증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우리가 이를 강제할 순 없겠지만 국제기구를 통해 청결 증명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역·방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동표 교수는 “항만지역은 바닥이 시멘트·콘크리트로 돼 있어 쉽게 박멸할 수 있지만 일반 내륙에서 발견된다면 방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붉은불개미를 감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 인력 등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