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고추를 밭갈이하지 않고 유기재배한 결과 수량성은 관행재배(경운)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경영비는 14% 줄어 전체적으로는 농가소득이 2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3월 사전 경운작업 없이 〈녹광〉고추를 정식해 7월까지 유기재배한 데 이어, 경운작업을 재차 생략하고 가을작형(8월 정식~11월 수확) 재배에 들어갔다.
고추는 대개 한 작기가 끝나면 식물체를 걷어 내고 토양에 설치된 지주대와 유인줄·관수시설 등 각종 시설장비를 제거한 뒤 토양을 갈아엎고 고르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 뿐더러, 실시 시기 또한 혹서기나 혹한기에 집중돼 작업자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전남도농기원은 이미 조성한 두둑에 고추를 재배한 뒤 수확이 끝난 다음 식물체의 줄기를 말려 이랑에 덮어 주고 고추 모종을 정식했다. 그 결과 봄작형의 경우 고추 수량이 10a(300평)당 5,351㎏으로 관행작업(경운) 때의 4,886㎏보다 10%가량 많았고 특품비율도 0.7%로 관행 때(0.55%)보다 높았다. 경영비는 14% 절감됐고 농가 조수입은 24.9% 늘었다. 가을작형에서도 10a당 2,666㎏으로 관행작업(2,790㎏)에 근접한 수량을 얻었다.
또한 토양 내 생물 다양성도 경운하지 않을 때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운 포장에서는 토양 10㎤당 보리톡토기 등 5종 39개체의 미소동물이 발견됐지만 무경운 3년차 포장에서는 왕지네목 등 9종 49개체가 조사됐다.
양승구 전남도농기원 친환경연구소 연구사는 “경운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대형 농기계 등 경운장비의 무게로 인한 토양구조 및 토양 내 수분이동 통로가 파괴되지 않아 작물 생육에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토양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61-330-2509.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