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혼조세다. 40㎏ 벼 한포대 기준 산지 시세는 4만3,000~6만원으로 지역별·출하처마다 천차만별이다. 농가 입장에선 정부(공공비축)·농협·민간RPC 중 어디에, 또 언제쯤 출하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곡전문가들은 “홍수출하만 없다면 올해 쌀값은 곧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수확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진입한 강원 철원의 농협 매입가격은 6만원으로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또 경기 이천지역 농협들도 6만원의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매입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 단경기 계절진폭이 발생하도록 공매 중단 등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농을 중심으로 벼를 팔지 않고 보유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수확기 벼값을 높게 받기 위한 농가의 출하전략을 알아본다.
◆벼값은 공공비축 〉 농협·민간RPC=올해 정부가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일 쌀은 37만t이다. 여기에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농협중앙회를 통해 11만t을 공공비축 방식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이 공공비축은 시가 매입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가’란 수확기, 즉 10~12월 전국 평균가격을 말한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시가는 농협 매입가격보다 벼 40㎏ 한포대당 2,000원가량 높은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공공비축용 벼의 최종 매입가격은 5만6,430원(1등급 기준)으로 농협 평균 매입가격 5만4,250원보다 2,180원 높았다. 왜 그럴까.
정부 시세는 40㎏ 벼값을 곧바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80㎏ 쌀값을 조사한 뒤 이를 다시 40㎏ 벼값으로 환산해 산출한다. 바꿔 말하면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이는 벼값에는 실제 들어가지도 않는 도정 등의 부대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정부 수매에 응하는 게 민간부분(농협이나 민간RPC)에 출하할 때보다 포대당 약 2,000원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가격 농협 〉 민간RPC=수확기 물량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민간부분은 크게 농협과 민간RPC로 나뉜다. 대개 평년작 또는 풍작이면 농협이, 흉년이면 민간RPC가 가격을 더 쳐준다.
최근 5년 중 생산량이 최저치(440만8,000t)를 기록했던 2007년 민간RPC의 매입가격은 농협보다 2,000원가량 비쌌다. 반대로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졌던 지난해에는 농협이 민간RPC보다 740원 더 주고 샀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흉년이 들어도 농협은 조합원들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민간RPC는 기본물량을 채우기 위해 값을 더 쳐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동안의 추이를 감안해 보면 풍작이 예상되는 올해 농가들은 민간RPC보다 농협에 출하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약재배 농가의 계약물량에 한해 시세로 매입한 뒤 나중에 포대당 1,000~4,000원의 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민간RPC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농가들은 계약조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홍수출하는 농가 전체적으로 불리=2년 연속 풍년 여파로 올 수확기 쌀값은 약세로 출발했다. 5일 현재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포대에 14만원 후반대로 지난해보다 1만원 이상 낮다. 하지만 이 가격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양곡시장에서는 △2008년산 구곡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2009년산 조생종 △2009년산 중만생종 등 3가지 쌀이 동시에 유통되고 있다. 이중 2008년산 구곡과 2009년산 조생종이 수확기 초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영 전북 명성RPC 대표는 “농협과 민간RPC가 사전에 고시 또는 계약된 품종만 매입하다 보니 품종이 불분명한 혼합곡이 출하처를 찾지 못하면서 저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09년산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이달 중하순부터는 홍수출하만 없다면 정상적인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양곡업계는 전망한다.
또 공공비축용 쌀 수매량이 37만t에서 사실상 48만t으로 늘어난데다 농협의 매입 계획량도 농가들이 출하하는 물량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만큼 물량 과잉에 따른 불안심리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저가 판매를 유도하는 뜨내기 상인들의 상술에 현혹돼 싼값에 벼를 처분할 경우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며 정상출하를 당부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