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배추값 폭락 여파가 올해 월동배추까지 이어지는 등 배추값 불황이 장기화되자 봄배추값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추 재배농가들의 불안심리도 점점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서 낙찰되고 있는 월동배추는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값이 3,000원 안팎을 보이고 있다. 시장 반입량은 평상시의 60~70% 수준으로 줄었지만 배추값 상승세는 둔화된 상태다. 침체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배추값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게다가 월동배추의 불황이 봄배추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면서 산지 농가와 유통인들의 불안심리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설 대목 이후 월동배추는 현재 전남 해남산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진도와 무안 등 월동배추 산지에서 하루에 5t트럭 35대 안팎의 배추가 출하되고 있다. 이는 50~60대가량 반입됐던 예년에 비해 무려 40%나 적다.
하지만 배추값은 크게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설 대목 당시 10㎏들이 상품 한망당 2,600~2,800원 하던 배추값은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생산비에 크게 못 미치는 한망당 3,300원 수준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인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한파로 작업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산지 출하량이 크게 준 반면 저장창고 출하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반입물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배추는 현재 단골 위주의 소량 판매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가 불안심리 최고조=한파 등으로 저장배추 출하는 늘어나는 반면 월동배추 출하가 지연되면서 산지 출하 대기물량도 넘쳐나고 있다.
산지유통인과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지의 월동배추는 5t트럭 분량으로 하루에 70대 넘게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은 50대 정도만 출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현석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현재 월동배추는 창고에 저장된 물량 위주로 출하되고 있는 상태”라며 “배추값이 계속 낮게 형성되는 상황에서는 산지유통인들이 배추값 추이를 살피면서 출하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지난번 가을배추처럼 제때 출하를 완료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추값 불황이 장기화되자 올해 봄배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오면서 농가의 불안심리는 점점 증폭되고 있다.
시설봄배추 산지인 충남 예산의 황선호 작목반장은 “산지유통인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 많은 농가들이 작목 선택을 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봄배추 를 선택하는 농가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산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산지유통인은 “배추값이 생산비를 웃도는 수준까지는 올라야 유통인들도 밭떼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봄배추 밭떼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농가들은 지금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소비촉진대책 절실=가락시장의 한 배추 중도매인은 “지금 배추 출하물량이 부족한 상태인데도 값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소비다. 특단의 소비촉진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배추값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소비촉진대책과 함께 지금부터 가격지지를 위한 수급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가을배추와 월동배추 파동이 ‘봄배추 파동’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월동배추와 봄배추값 폭락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출하중인 월동배추의 저장물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봄배추 적정 재배면적을 산출해 내는 작업을 조속한 시일 안에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지역창고마다 가을배추와 월동배추 저장물량이 상당히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봄배추 재배면적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지난해 봄배추값 폭락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2월 배추값 추이를 살펴본 후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저장물량 수매나 산지폐기를 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