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5월부터 피해 급격한 확산세…과수농가 초비상 충북 ‘1700㏊’ 피해 확인 4월 조사 때보다 무려 10배 ↑ 농가 “피해 예상 어려워 봉지 씌우기 작업도 못해”
“보세요. 달려 있는 열매가 별로 없어요.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도 한두그루가 아닙니다. 이건 재앙입니다. 조금 있으면 봉지 씌우기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언피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몰라 손을 놓고 있습니다.”
5월31일 오전 충북지역 복숭아 주산지인 음성군 감곡면. 이곳에서 만난 복숭아농민 차상근씨(61)는 잎이 다 떨어져 말라 죽어가는 복숭아나무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차씨는 “지난겨울 지속된 한파와 4월 이상저온으로 언피해를 봤는데 최근 들어 그 피해가 서서히, 그것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의 안내를 받아 방문한 인근 복숭아밭도 사정은 마찬가지. 열매솎기 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복숭아밭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차씨는 “열매솎기할 열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착과가 불량했고, 그나마 달린 열매들 상당수도 생기를 잃어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지, 어느 시기까지 이어질지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조만간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봉지를 씌워놓은 뒤 낙과피해가 발생하면 그동안 투입된 인건비는 물론 봉지 구입비 손실 등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씨는 “봉지를 씌우기 전에 차라리 지금 말라 죽거나 낙과하는 것이 농가 입장에서는 속 편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충주와 영동 등 도내 과수 주산지 사정도 이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충주에서 6만6000㎡(약 2만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김경지씨(42)는 “지난겨울과 4월 이상저온 당시 지금처럼 큰 피해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열매가 노랗게 변해 조기 낙과하는 것을 보면 언피해가 온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나무를 조금만 흔들어도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피해가 늘고 있어 큰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 5월 중순 이후 고사와 조기 낙과 등 눈에 보이는 언피해가 확대되면서 과수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내 11개 시·군이 4월초부터 중순까지 실시한 과수 언피해 조사에서는 피해 규모가 150㏊로 크지 않았지만, 5월29일 기준 피해 조사에서는 무려 10배가 넘는 1700여㏊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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