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지유통…로컬푸드직매장으로 변혁=농협이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게 산지에서 소비지에 이르는 유통단계 축소다. 농산물은 통상 ‘농업인→산지 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소비자’란 6~7단계의 복잡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유통비용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공판장과 도축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축산물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유통단계를 줄이는 만큼 농가는 유통비용을 덜 부담하고, 소비자는 보다 싼값에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농협은 먼저 ▲산지 ▲도매 ▲소비지 등 3단계로 나눠 농산물 유통단계를 개선했다. 산지 유통은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한 직거래 확대가 핵심이다. 지난해 50개였던 로컬푸드직매장은 연말까지 75개, 2017년까지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도매유통…안성물류센터·안심축산으로 주도=농협은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통해 도매유통 혁신을 주도했다. 안성물류센터는 5만8000여㎡(1만7600여평) 규모로, 단일 도매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농협은 이곳을 농산물 물류의 핵심축으로 삼고, 산지와 소비지의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산지에서 개별판촉·계약·공급하던 것을 통합 수행해 ‘농업인→물류센터→소비자’로 유통단계를 간소화한 것이다.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안성물류센터가 도매시장 같은 기존 유통경로와 견줘 14.6%포인트의 유통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 올해 안성물류센터를 중심으로 1조1500억원어치의 청과를 취급할 계획이다.
‘정가·수의매매’ 확대도 병행했다. 정가·수의매매는 언제든 안정된 가격으로 원하는 만큼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포장·가공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도매시장의 ‘경매’ 방식을 보완하는 셈이다. 경매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농산물 반입량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게 좌우되고 경매 후 분산과정에서 상·하차비 등의 유통비가 추가로 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협은 지난해 6100여억원이던 정가수의매매 물량을 연말까지 6700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축산물 역시 덴마크의 데니시크라운처럼 ‘안심축산’이라는 협동조합형 대형패커를 통해 도매 중심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생산자→우시장(수집상)→공판장(도축장)→도매상→유통점’의 5단계 유통과정을 ‘생산자→대형패커→유통점’ 3단계로 줄인다는 것이다. 농협 측은 “덴마크 양돈농가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사육한 돼지를 출하하고 있는 데니시크라운은 도축·가공·판매를 일괄추진해 세계적인 돼지고기 수출기업으로 자리잡은 협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유통단계 축소는 곧바로 안심축산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18.6%였던 안심한우의 시장점유율은 올 6월 말 21.1%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돈은 10.3%에서 12.1%로, 달걀은 5.8%에서 6.8%로 각각 늘었다. 2020년까지 한우 50%, 한돈 40%, 달걀 20%를 공급하는 축산패커로 성장, 국내 축산업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한다는 목표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농협은 핵심 선도농가 1만가구를 육성하고 한우·한돈·양계 등 축종별 산지 조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소비지 유통…농축산물 전자상거래 활성화=소비지에선 신개념 유통채널을 도입·확대해 유통비용을 절감했다. ‘농협a마켓’과 ‘e-고기장터’가 대표적이다.
농협a마켓은 국산 농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로, 지난해 1월 개장했다. 개장 첫해 1200억원어치의 농식품을 판매한 농협a마켓은 2020년 6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농협 측은 “농협a마켓 및 소매매장에다 모바일앱 및 TV홈쇼핑을 연계해 ‘옴니채널’을 구축, 유통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을 결합한 신개념 축산물 유통채널인 e-고기장터 역시 지난해 5월 출범하며 구매사업장이 1000개를 넘는 등 축산물 온라인 유통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32억원이던 매출액도 올해 100억원, 내년엔 300억원으로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농산물 수급 안정사업 추진=정부와 함께 농산물 수급안정사업 개편도 추진 중이다. 종전의 계약재배사업을 생산안정제와 출하안정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생산안정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이 농산물값이 폭등하거나 폭락했을 때 계약을 체결한 농가에 농산물 출하를 지시하면 해당 농가는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제도다. 무·배추·고추·마늘·양파 등 5개 품목이 대상이다. 현재 강원도와 함께 강릉·정선·태백·삼척·평창 등 5개 주산지의 고랭지배추 1만8000t에 대해 실시 중이다. 출하약정제는 고정적인 수요처와 출하조절용 계약물량을 확보한 농협 등에 계약재배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을 유도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