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포탈 혐의로 거액의 탈루세액을 추징당할 처지에 놓인 한 표고버섯 재배농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배사에서 배지를 살펴보고 있다.
“6월 말 업체 직원이 전화를 걸어 세관에 자진신고하면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아직 자진신고를 미루고 있는데 40피트 컨테이너(22t) 3개 물량이니 추징액이 500만~700만원은 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B씨·충남 천안)
중국산 톱밥배지를 사용해 표고버섯을 재배해온 일부 농가들이 관세포탈 혐의를 받고 세금추징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지공급 구두계약하고 대금 지급=문제가 된 중국산 톱밥배지는 농가들이 2011~2014년 C농산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이다. 농가들 주장에 따르면 사정은 이렇다.
종균이 접종된 상태로 수입되는 중국산 톱밥배지는 10~15일이면 바로 수확할 수 있고 생산량도 국내산보다 많아 농가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산 톱밥배지 수입량이 2013년 1만3830t에서 지난해 2만3350t, 올 6월까지 1만4067t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C농산에서 들여온 톱밥배지는 품질이 좋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필요한 물량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자동적으로 양측의 관계는 ‘갑’과 ‘을’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농가들은 C농산과 단가 및 공급량 등에 대해 구두계약만 하고 대금을 미리 지급(통장입금에서 현찰로 변경)해야 배지를 받았다. 배지 1개당(1.5·2·2.7㎏) 가격은 1200~1400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C농산이 공급한 배지의 품질 문제로 농가와 마찰이 발생했다.
책임소재를 둘러싼 다툼 중에 농가들이 관세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C농산이 중국산 톱밥배지를 수입할 때 중국회사 수출단가는 1개당 0.8달러(추정치)인데 수입단가는 0.3달러로 신고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농가들은 차액 0.5달러에 대한 관세(8%)를 포탈한 혐의를 받게 됐다.
지난해부터 농가명의 톱밥배지 수입신고 건을 조사 중인 김해세관 담당 조사관은 “관세포탈 혐의 농가 수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현재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고만 답변했다.
그러면서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세포탈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
◆농가들 졸지에 조세범 낙인=농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농산이 신고한 서류에 수입자로 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범법자로 몰리고 탈루세액을 추징당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자신들은 수입 관련 서류에 수입자로 표기된 사실과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한 것을 알지 못했고, 단지 C농산에서 배지를 구입했을 따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C농산으로부터 컨테이너 37개에 달하는 배지를 구입해 사용했다는 A씨는 “추징액이 얼추 7500만원을 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폐농할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 했다. A씨는 자신의 친형도 현재 3000만원을 분납하고 있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는 복잡한 중국산 배지수입 무역절차를 농가가 직접 실행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가가 중국산 표고버섯 배지를 수입하려면 계약서 작성, 인보이스(송장·발송인이 수하인에게 보내는 거래상품명세서), 선하증권(B/L·일정한 운송물의 선적 또는 수취를 인증하고 지정항에서 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유가증권) 등의 서류준비와 관세납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농가들이 직접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A씨는 “모든 수입업무는 C농산이 맡아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또 “어떠한 서류에도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지 않았으며 계약서상 수입가격 결정에도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C농산은 “농가의 요청에 따라 중국 생산업체에 주문을 넣어 수입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이라며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또 “통관업체들의 관례대로 진행한 탓에 수출입 신고액에 차이가 발생했고 신고가격에 대해서도 비밀로 한 적이 없으며, 0.3달러와 0.8달러로 적시돼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