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효액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제대로 된 발효액은 당도가 30% 내외이면서 초산발효와 알코올발효에 의해 특유의 새콤한맛이납니다. 재료와 설탕을 그냥 1대 1로 버무려 놓은 것은 당절임이나 액체잼이라고 해야겠지요.”
발효액은 1920년대 일본에서 친환경 토지개량제로 처음 등장했고, 1940년대부터 음료로 개발돼 상품화됐다. 이와 함께 효소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도 잇따랐다. 국내에 알려진 효소 건강법과 발효액 제조법도 일본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 중 첫 손에 꼽히는박국문 효소나라 대표는“종주국은 일본이지만 이제 국내 발효액 품질이더 높다”고 이야기한다. 전기밥솥이 그런것처럼 말이다.
◆효소, 네 정체가 뭐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물질은 세포 내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온도(38℃)·기압(1기압)·산성도(중성)가 비교적 온화한 생체에서는 화학반응이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작용하는 촉매가 효소다. 대상 물질을 들뜬 상태로 만들어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인체에서는 수많은 효소가 만들어지고 기능이 다하면 폐기된다. 우리가 음식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저장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노폐물을 걸러내는 것은 이들 효소가 세포 안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요 효소의 기능이 상실되면 결국 생명도 멈춘다.
흔히 효소 하면 효모를 같이 떠올린다. 효소는 생명체 내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덩어리요, 효모는 특정 효소를 지닌 미생물이다. 그렇다면 발효는? 어떤 재료가 미생물(효모)이 지닌 효소의 작용에 의해 인간이 의도한 대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변하긴 했는데 그 결과가 의도와 다를 때는? 부패라고 한다.
◆발효액 속 효소, 이래서 좋다는데
“설탕의 삼투압 작용과 미생물 발효에 의해 식물 속 효소는 물론 엽록소·미네랄·비타민·약성 등도 함께 빠져나옵니다. 식물의 정수를 고스란히 추출하는 것이지요.”
박국문 대표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발효액을 통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효소를 효과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재 조선대 교수(생명화학공학과)가 소개하는 미국 에드워드 하웰 박사의 ‘효소 수명 결정설’도 들어보자. 인체가 평생 생산하는 효소의 양은 한정돼 있으며, 몸속에 효소가 적을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더구나 현대인은 효소가 결핍된 식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을 통해 외부에서 효소를 공급하면 체내 효소가 절약되고, 이는 건강과 장수로 이어진다. 신 교수는 현명한 효소 공급 방법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 다양한 발효식품과 함께 제철 재료로 만든 발효액을 권한다.
◆발효액, 누가 만들고 왜 찾나
20~30년 전부터 생산을 시작한 국내 발효액 1세대 상당수는 유기농 1세대이기도 하다. 전양순 우리원 대표는 “천연 농자재와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이 때문에 남보다 앞서 발효액을 이용한 것”이라 설명한다. 다른 농산물 가공보다 접근이 쉽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귀농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 많은 지자체에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몇몇 전문가나 단체는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무작정 굶기는 힘들지만 발효액을 마시면 열량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보충돼 한결 견디기 쉽지요.”
30년째 발효액을 생산하고 있는 정상묵 두물머리농장 대표는 “건강이나 미용을 위해 단식을 하는 사람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도 주요 고객이라고. 소화가 잘되도록 영양소를 분해하는 것은 효소의 대표적인 작용이다. 고기를 연하게 하려고 재울 때 과일즙을 쓰는 것도 효소 때문이요, 우리가 먹는 소화제에도 효소가 들어 있다.
◆판매와 이용, 주의할 점은?
“요즘은 귀농해서 항아리 두개만 있으면 발효액을 만든다더군요. 하지만 정식 판매허가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에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증을 받기까지 12년이 걸렸다는 김성호 성마리오농장 대표의 이야기다. 전양순 우리원 대표의 충고도 들어보자.
“가족이 마시는 음료다 생각하며 정성껏 만들고, 남으면 도시 소비자와 직거래로 나눠 보고, 그러고 나서 자신이 붙으면 본격적으로 도전해도 늦지 않아요.”
또 명심할 점이 있다. 발효액이나 효소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건강 증진이나 질병 치료 효과를 거둔 사례가 드물지 않지만 그 효능이 100% 검증된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효소는 무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효소를 이루는 단백질이 너무 커서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될 수 없을뿐더러 강한 위산에 의해 대부분 파괴된다는 것이다.
효소 건강법을 옹호하는 이들이 제안하는 건강법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덜 가공되거나 조리된 식품은 효소가 많으므로 가까이할 것. 지나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각종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은 효소를 소모하므로 피할 것. 효소 이야기만 빼면 일반적인 건강법과 똑같다. 박국문 대표의 당부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밥상이 살아야 하고, 밥상이 살기 위해서는 땅이 먼저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지요.”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