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흙이니 운반비만 부담하고 가져가라’는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만 믿고 흙을 받아 논에 넣었다가 토양이 오염돼 6년째 벼농사를 못 짓고 있는 김승수씨(55·충남 논산시 채운면 야화리)가 잡초만 우거진 논을 가리키고 있다.
일부 건설업자와 퇴비제조업체가 폐기물에 가까운 흙이나 퇴비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처리하는 수단으로 논밭을 이용해 농업인을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피해 농업인들에 따르면 이들이 제공하는 흙이나 퇴비는 농사에 부적합해 논밭에 들어가면 수거 등 원상회복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만큼 ‘공짜’란 말에 속아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김승수씨(55·충남 논산시 채운면 야화리)는 2007년 봄 모 건설업체 강경·연무 도로현장 관계자로부터 “좋은 흙이 있으니 부대비용(운반·작업비)만 부담하고 가져가라”는 말에 200여만원을 들여 장비값을 지불하고 흙을 받아 3,485㎡(1,056평)의 논을 두께 50㎝로 덮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 흙은 각종 쓰레기와 폐타이어·콘크리트 조각 등이 뒤섞인 폐기물에 가까웠다. 김씨는 모내기철을 맞아 급한 대로 겉으로 드러난 폐기물만을 걷어낸 채 모를 심었지만 결국 모는 거의 말라 죽고 일부 살아남은 것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그해 벼 수확을 포기해야만 했다.
상황은 이듬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김씨는 2010년 8월 논산시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정상토양보다 염분함량이 2배 이상 많고 강산성을 띠는 데다 아연 등 중금속까지 다량 함유돼 벼는 물론 모든 작물을 재배하기 곤란한 토양’이란 분석결과를 통보받았다.
김씨는 해당 건설업체에 6년째 벼농사를 못 짓고 있는 만큼 ‘농사에 적합한 흙을 50㎝ 두께로 덮어줄 것과 그동안의 영농손실액(1,500만원)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흙으로 30㎝ 두께로 논을 덮어줄 수는 있으나 영농손실액은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건축폐기물이 섞인 흙 27만t을 농지에 불법매립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H그룹 건설부문 현장소장 마모씨(52)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화성시의 한 복합타운 신축공사 현장에서 나온 건축폐기물 25t 덤프트럭 1만860대분을 화성·평택·오산시 일대 농민 30여명에게 질 좋은 흙과 모래라고 속여 땅에 묻는 수법으로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한천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익씨(53)의 경우(본지 6월13일자 5면 보도) ‘자부담 없이 퇴비를 제공해 준다’는 업체의 말에 속아 3년째 농사를 접은 채 현재 A영농법인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좋은 흙이나 퇴비를 공짜로 주는 업자나 업체는 없다”며 “만약 그런 제안을 하면 반드시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본 후 결정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