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이용하면서 담배나방 애벌레에 약간의 미생물제만 사용했는데도 해충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친환경고추 1,322㎡(400평)를 재배하는 송점식씨(54·전북 익산시 왕궁면 광암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주최로 ‘시설재배 고추 해충의 생물적 방제 현장평가회’가 열린 그의 농장에서 만난 송씨는 “처음에는 예찰을 제대로 못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1시간 정도만 둘러봐도 해충의 발생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천적만으로 친환경재배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는 시설재배 고추에 큰 피해를 주는 진딧물, 총채벌레, 잎응애, 담배가루이의 해충 방제에 천적을 활용하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방법은 김정환 농진청 작물보호과 연구사가 3년간 매주 송씨의 하우스를 오가며 시험해 개발한 기술이다.
김연구사는 “고추는 진딧물·담배나방 같은 해충 피해가 심해 친환경재배가 힘든데, 천적을 활용한 결과 작물 생육과 수확량에 거의 피해가 없는 수준까지 방제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김연구사에 따르면 진딧물 방제는 3월 상순 진디벌뱅커플랜트(천적유지식물)를 660㎡(200평)당 3포트 넣는다. 이후 진딧물 발생 상황에 따라 4월 중순, 5월 상순, 9월 중순에 콜레마니진디벌을 ㎡당 2.3마리 방사한다. 총채벌레 방제도 4월 상순에 미끌애꽃노린재를 ㎡당 1.5마리 풀어놓고, 이후 발생 상황에 따라 5월 하순에 다시 한번 풀어놓으면 된다. 이때 미끌애꽃노린재는 약제에 약하므로 친환경제제 사용시 특히 주의한다.
잎응애와 담배가루이는 4월 하순에 지중해이리응애를 ㎡당 38마리 방사하고, 발생 상황을 보고 5월 하순에 또 한차례 방사하면 된다. 해충 방제를 위해 이들 천적을 모두 활용한 결과 방제비용은 660㎡ 기준 48만1,000원이 들었다.
김연구사는 “담배나방은 토양 속에 번데기로 월동해 천적으로도 방제가 쉽지 않다”며 “전년도에 담배나방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고추를 재배하지 않은 하우스라면 방충망을 함께 설치하면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충망은 4월경에 틈이 보이지 않게 꼼꼼히 설치하고 담배나방이 발생하면 즉시 철거해야 한다.
천적을 활용할 경우 친환경제제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고, 일반 재배를 하다 시도하면 잔류농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김연구사는 “천적 활용은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여유를 갖고 시도해야 한다”며 “한번 정착이 되면 계속 순환이 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이러한 천적 이용기술을 정리한 ‘시설고추 해충의 천적이용 편람’을 발행, 고추재배 농가와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에 배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