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욱 경북 서안동농협 농산물(고추)공판장 경매사(오른쪽부터)와 재배농가 최운식·신승균씨가 8월 초순께 수확할 예정인 고추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초출하 5~10일 지연=21일 경북 안동 등 주산지농협과 생산농가에 따르면 햇건고추(화건)는 8월5~10일 사이 시장에 첫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7월 말이면 초출하되던 예년과 견줘 5~10일 정도 늦은 것이다. 9900㎡(3000평) 규모의 고추농사를 짓는 최운식씨(67·안동시 풍산읍)는 “개화기 때 가뭄이 지속되는 등 일기 불순으로 생육이 지연됐다”면서 “수확에 임박해 태풍 등 날씨 변수가 없다면 8월 초순은 지나야 첫 출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항태 충남 태안 안면도농협 상무는 “원래 태양초(양건)는 화건보다 출하가 늦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태양초 역시 가뭄 여파로 8월8일은 지나야 시중에 선보일 듯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햇건고추의 본격적인 성출하 시기는 화건·양건 모두 8월 중순~9월 초순으로 예상된다.
◆재배면적 사상 최저 예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일 발표한 농업관측에서 올해산 전국 고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재배면적이 3만6120㏊였던 만큼 올해 재배면적은 3만3953㏊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추 재배면적은 감소 추세에서 최근 수년 새 등락을 반복했으나 지난해 큰 폭(-20.4%)으로 줄어 처음으로 3만㏊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여기서 더 줄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배면적 급감은 판매가격 하락과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가 채산성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경연이 2월 발표한 ‘2015 농업전망’에 따르면 2013년 고추 10a(300평)당 노동투입 시간은 155시간으로 양파(107시간)와 마늘(126시간) 등 타 작목에 비해 많다. 생산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비 역시 2005년 84만6000원에서 2013년 199만100원으로 연평균 11%씩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로 21일 서안동농협 농산물(고추)공판장에서 만난 농가들에 따르면 수확작업 인부의 지난해 일당은 6만원이었지만 올해는 7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황은 대체로 무난=지난해 아주심기 이후 지속된 고온과 가뭄으로 작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진했던 경북지역의 작황 호조가 눈에 띈다. 김일한 서안동농협 공판장장은 “지난해엔 경북지역의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올해는 바이러스 발병률이 전년 동기 대비 적어 전반적인 생육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비나 습기에 약한 고추의 특성상 가뭄으로 생육시기는 지연됐지만, 병해 발생이 적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충남지역은 4~5월 큰 일교차로 인해 총채벌레 등 해충 발생이 증가해 초기 생육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값 전망=산지와 소비지 간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우병욱 서안동농협 공판장 경매사는 “작황은 좋지만 재배면적이 줄어든 점을 고려해선지 초반 시세가 지난해보다는 높게 출발하고 있다”면서도 “17일 공판장에 출하된 햇건고추 가격이 상품 한근(600g)당 1만200원이었지만 21일에는 7500원으로 급락해 시세 형성이 심상치 않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호병홍 농협 청과사업단 대리는 “7월 말 이후에나 구체적인 가격대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보다는 강보합세를 띨 것이라는 게 유통인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2012년산과 2013년산 정부 비축물량의 방출 여부가 햇건고추 시세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일한 서안동농협 공판장장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2년산 비축물량(국산 1600여t)을 5월부터 방출해 현재 완료한 데 이어, 2013년산 비축물량(국산 6200여t)도 방출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만큼 가격 상승폭이 농가 기대치를 밑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건고추의 대량 소비처인 식자재업체와 요식업소의 국산 소비 확대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