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잊힐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구제역 상시 발생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구제역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백신의 효능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농가의 방역의식 약화’도 그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구제역 신고 안하고, 숨기고=11일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논산시 소재 농장에서는 이미 4일부터 구제역 조짐이 보였다. 일부 돼지가 다리를 저는 등의 증상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농장주는 이를 확인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다 11일 가축방역관이 구제역 정밀검사 시료 채취를 위해 현장을 방문해 임상관찰을 하는 과정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확인돼 이동제한에 들어갔다.
가축방역관 등의 정당한 예찰·검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논산지역의 한 농가는 역학 관련 농가로 분류돼 가축방역관이 두차례나 방문했다. 하지만 이 농가는 가축방역관이 농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 농가에서 며칠 후 구제역이 발생해 구제역 발생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반출금지 명령 위반도 문제=정부는 지난 1월 전북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전북지역 돼지의 타 시·도 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최근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지역에도 수차례 이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전산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논산과 금산에 있는 2개 농가가 이 명령을 위반했다. 위반 물량 중 일부는 반송됐지만, 일부는 타 시·도에서 도축까지 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백신 미접종 및 항체형성률 저조(30% 이하)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받은 경우가 182건이나 된다. 항체형성률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농가 가운데 접종 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 농장을 옮길 때 시·도에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백신접종이나 차단방역 등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맡겨 놓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역의식 강화 재정립해야=구제역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신속한 신고가 매우 중요하고, 이에 앞서 철저한 소독과 차단방역은 기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고를 빨리 하지 않으면 구제역이 확산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데다 농가 자신도 살처분 보상금 삭감 같은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구제역 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는 가축전염병 제5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살처분 보상금은 신고를 지연한 일수에 따라 가축 평가액의 최대 60%까지 삭감된다.
빠른 신고 및 철저한 소독과 함께 가축방역관 등의 예찰·검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축장에서의 NSP 항체검사(과거 감염경력 확인)를 지난해부터 강화했다. 그러나 이는 농장에서의 사전 예찰에 비해 사후적인 성격이 강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가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가축의 살처분, 국내산 축산물의 수출 금지 등 국가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며 “철저한 소독과 신속한 신고, 예찰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등을 통해 방역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