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위생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제도가 올해로 시행된 지 16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소비자들은 해썹이란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등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해썹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해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0%에 그쳤다.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은 해썹이란 용어 자체를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해썹에 대해 들어봤다는 사람들에게만 따로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조사했지만 정확한 용어의 의미까지 안다는 사람이 겨우 21.9%에 머물렀다.
해썹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이처럼 낮은 것은 대국민 홍보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식약청은 해썹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 TV 광고를 하는 등 제도 홍보에 앞장서고 있지만 성과는 형편없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번 인지도 조사에서도 해썹에 대한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7%가 없다고 대답했다.
식품업체들은 해썹 인증을 받기까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도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너무 낮아 유통과정에서 인증제품과 비인증제품간 차별성이 떨어지고, 결국 식품업체들도 인증의 필요성을 가볍게 여겨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악순환을 거듭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역의 한 식품업체 대표는 “해썹 인증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도 인증 획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정부가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한편 지난 1996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돼 올 6월30일 현재 1,439개 식품업체가 인증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