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60.6% 상승. 또 채소발 인플레… 물가 안정 기반 흔드나. 채소발 물가쇼크. 채소대란 또 올까 걱정….”
언론의 농산물 가격에 대한 보도가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본지가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직후인 7월28일부터 8월2일까지 주요 신문과 방송의 농산물 관련 뉴스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를 인상시키는 주범인 양 이같이 자극적인 용어의 제목을 붙여 뉴스를 토해 냈다.
심지어 정부의 정책 홍보 인터넷 매체인 ‘공감코리아’조차도 8월1일자에 ‘소비자물가 4.7% 상승…채소·과실 등 농산물 가격 상승 원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정부는 중국산 배추 수입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배추·무·바나나·파인애플 등 4개 품목에 대해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입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 등 농산물 가격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농산물 일부 품목에서 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인상의 주범이 농산물이라는 식의 보도는 논리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정확한 실상과 통계자료를 가지고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 보도해야 하는데, 남이 보도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것처럼 감정적인 보도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의 농산물 경락값을 보면 배추의 경우 상품 10㎏들이 한망당 7월20일 7,853원 하던 것이 집중호우 직후인 7월30일엔 9,096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이며 8월2일에는 7,556원을 기록, 지난해(7,570원)보다 낮았다.
무(상품 18㎏ 비닐포장)도 7월20일 1만2,197원에서 7월29일엔 2만7,472원으로 뛰었으나 8월2일에는 1년 전 가격보다 오히려 5,000원가량 싼 2만940원을 보였다.
집중호우로 피서철 공급이 크게 달릴 것으로 우려됐던 상추(청상추 4㎏ 상품 1상자)는 7월23일 무려 9만5,627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값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8월2일엔 1만1,950원으로 지난해(1만5,526원)보다 낮게 형성됐다.
풋고추·오이·쑥갓·열무·아욱 등도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빠르게 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포도(<캠벨얼리>)는 집중호우 전보다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수박과 참외 등 여름과일 일부 품목은 아직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농산물이 언론과 물가당국에 의해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자 농업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추값 폭락으로 지난 6월 중순께 노지 봄배추밭을 몽땅 갈아엎은 장용운씨(56·경북 문경시 농암면)는 “장마로 값이 조금 올랐다고 정부에서 또다시 배추를 수입한다고 하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정부 대책에는 농민은 없고 소비자만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재호 충남 예산농협 조합장은 “농산물값이 폭락했을 때는 가격지지 정책 등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도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언론과 정부에서 농산물 때문에 서민물가가 불안해지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힘없는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같다”며 정부 정책과 언론 보도에 서운함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