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덕스러운 봄날씨 등으로 과채류 시설재배농가들이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과채류 가격은 기상여건과 소비동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북 김제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농가(오른쪽)가 일조량 부족으로 제대로 영글지 못한 방울토마토를 가리키고 있다. 김제=양승선 기자
◆겨울 같은 봄날씨에 골탕 먹는 농가=전남 보성에서 방울토마토를 하우스 재배하는 김해진씨(50)는 요즘 다른 농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올해 들어 방울토마토값이 고공행진을 이어 가자 이웃 농가들은 김씨에게 ‘돈방석’에 앉았다고 부러움에 찬 말을 많이 하지만, 김씨는 늘어난 기름값과 줄어든 생산량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한다. 김씨는 “방울토마토값이 작년보다 20~30% 정도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수확량이 40% 줄어든데다 크게 오른 하우스 난방비를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봄날씨가 너무 변덕스러워 수정·작황·품위 모두 좋지 않아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국립농업과학원이 올 들어 3월20일까지의 농업기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0.9℃ 낮은 0.6℃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강수량은 평년 대비 66.8%에 그쳤지만 강수일수는 오히려 1.8일이나 많아 일조시간이 평년보다 22.5시간이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저온과 일조시간 부족은 모든 작물, 특히 과채류의 생육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수확량을 떨어뜨리고 상품성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품목별로 작황 편차 커=이처럼 변덕스러운 봄날씨는 전반적으로 과채류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시장 반입량도 크게 줄었다. 요즘 서울 가락시장의 하루 과채류 반입량은 850t 안팎으로 지난해(950~1,000t)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특징은 토마토·참외 반입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이재희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현재 방울토마토는 전남 고흥·보성과 충남지역에서, 일반토마토는 부산 등에서 출하되는데, 일조량 감소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반입량이 10%가량 줄었다”며 “지난해 가격 약세를 경험한 농가들이 수확기를 4월 이후로 늦춘 것도 현재 물량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외도 현재 주산지인 경북 성주를 중심으로 출하되고 있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1화방 수정이 원활치 않아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품성에 따른 값 차이 크게 벌어져=이 때문에 시장 반입이 줄어든 품목의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일 가락시장 경락값을 보면 참외(상품 10㎏ 기준)는 1년 전에 비해 34.3% 오른 7만7,039원에 거래됐다. 또 수박(48.3%)·방울토마토(27.8%)·애호박(27.4%)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일반토마토와 딸기는 대체품목인 사과·배가 적고 감귤도 예년보다 일찍 끝물로 접어든 까닭에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진으로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탓에 상품성에 따른 가격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일 가락시장에서 딸기(2㎏ 기준) 도매값은 특품이 2만3,598원인 반면 하품은 5,541원에 머물렀다. 또 <백다다기> 오이(100개)도 특품은 4만6,000원을 넘겼으나 중품은 3만8,000원 선, 하품은 2만8,000원 선에 그치는 등 대부분의 과채류가 품위에 따라 심한 가격 편차를 보였다.
◆4월 기상이 작황에 변수=앞으로 과채류 생산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지난 3월 과채류 관측에서 애호박·수박·방울토마토 등의 정식면적이 일부 주산지에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4월 기상이 호전되면 해당 품목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채류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유통 전문가들마다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윤경권 농협도매사업단 채소팀장은 “경기부진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위축 영향으로 현재 농협 매장에서도 과채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90% 수준에 머물렀지만 본격적인 행락철인 4월 중순 이후에는 소비가 살아나 전반적인 과채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4월 기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어 과채류의 작황 호조를 예견하는 것은 너무 앞선 판단일 수 있고, 행락철을 맞았어도 총선 이후 정국이 불안해지면 소비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