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와 장마가 겹치며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각종 해충이 기승이다. 국내에선 처음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폴아미웜·Fall Armyworm)에 이어 멸강나방·먹노린재도 예년보다 일찍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적기 방제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열대거세미나방, 조기 방제가 관건=6월19일 제주 동부 구좌읍과 조천읍의 옥수수밭에서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인 26일 전북 고창과 전남 무안에서도 발견돼 농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다. 벼·옥수수 등 80여종의 작물에 피해를 주는 아열대성 해충으로, 올해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도 급속히 확산 중이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애벌레가 어릴수록 약제 방제효과가 높다. 농촌진흥청은 5월말 국내 유입 우려에 따라 열대거세미나방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살충제를 선제적으로 직권등록했다. 이종호 농진청 재해대응과 연구관은 “열대거세미나방 피해를 막으려면 옥수수·벼 재배지를 수시로 살펴 조기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케미컬은 <프레바톤> <토리치> <어바운트> <후려니> <주렁> <파밤탄> 등을 적기에 공급하고 있다. 신제품인 <어바운트>는 애벌레단계 전 기간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신젠타코리아도 <에이팜> <매치> <가이던스> 등 9종의 약제를 내놓고 있다.
경농은 <데스플러스> <프로큐어> <암메이트>를 출시 중이다. <데스플러스>는 원예용 종합살충제로 성충에는 기피효과를 겸비한 제품이다. 팜한농은 11개 작물에 등록된 <알타코아> 입상수화제를 방제약제로 추천했다. 이 약제는 장마철에도 약효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게 강점이다.
멸강나방 애벌레. 사진제공=영암군농업기술센터
◆멸강나방, 이달초 방제하지 않으면 추가 피해=6월 중순부터 전국의 사료작물 재배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멸강나방은 벼·옥수수 등 볏과작물에 피해를 끼치는데, 옥수수·수단그라스 등 수확기에 다다른 사료작물을 먼저 갉아 먹는다. 이 해충은 국내에서는 월동하지 못하지만 매년 5월말~6월초 중국에서 날아와 피해를 준다.
이경재 농진청 재해대응과 지도사는 “국내에서 멸강나방 애벌레 1세대가 나타나는 곳은 논보다는 먹을 게 많은 사료작물 재배지”라며 “이곳에서 멸강나방 방제를 소홀히 하면 2세대 애벌레는 논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초지가 인근에 있는 벼 재배농가들 역시 멸강나방 예찰과 방제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수수밭 등 수확을 앞둔 곳이더라도 멸강나방 애벌레가 발견됐다면 즉시 방제약제를 살포하는 게 좋다. 이경재 지도사는 “사료작물은 수확 후 바로 가축의 먹이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약제 살포를 꺼리는 농가들이 있지만 수확을 미루더라도 발생 즉시 방제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멸강나방의 방제 적기는 성충을 발견한 지 10~15일 후다. 성충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애벌레가 부화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서다. 멸강나방 애벌레는 1~3령일 때 방제효과가 높다. 5~6령까지 자라는 애벌레는 커지면 커질수록 약제 저항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방제약제로는 농협케미컬의 <프레바톤> 수화제를 들 수 있다. 이 약제는 원예작물뿐 아니라 벼·옥수수에도 등록된 전천후 나방 전문 살충제다. 뛰어난 침투이행성으로 숨어 있는 나방까지 방제한다. 경농은 <세베로>라는 제품을 멸강나방 방제약으로 추천했다. ‘에토펜프록스’가 주성분인 <세베로>는 신경조절을 방해하는 작용기작을 갖는 제품으로 즉각적인 치사효과를 나타낸다.
먹노린재 성충.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중간 물떼기할 때 먹노린재 방제=지난해 전남 강진·신안 등 친환경벼 재배단지 1만5191㏊에 피해를 준 먹노린재는 올해 전남 장흥·영암은 물론 충남 아산·서천 등지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먹노린재는 등록약제를 살포해 방제할 수 있지만, 약제 살포가 어려운 친환경재배지에서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일반 벼 재배농가에서도 논물로 숨어드는 먹노린재의 특성상 약제를 제대로 살포하지 않으면 방제효과가 떨어져 8~9월 먹노린재가 세대를 이어 출현할 위험이 높다.
이에 최근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유아등을 이용한 먹노린재 친환경방제법을 제시했다. 유아등이란 빛을 이용해 해충을 유인한 뒤 포집하는 장치로, 백열등·형광등 등 여러가지 빛깔이 이용된다. 실제로 6월14~24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일대에서 유아등의 먹노린재 유인량을 조사한 결과 포집기 하나에 잡힌 먹노린재가 평균 43.6마리에 달했다.
최덕수 전남도농기원 연구사는 “먹노린재가 논두렁에 머무는 6월뿐 아니라 논두렁으로 돌아오는 9월에도 유아등을 작동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친환경벼농가에 빠르게 전파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벼 재배농가는 중간 물떼기를 할 때 약제를 살포하거나 등록약제를 논물에 처리하면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
주요 방제약제로는 농협케미컬의 <청실홍실>이 있다. 이 약제는 먹노린재·벼멸구·혹명나방·이화명나방에 등록돼 있다. 또 신젠타코리아는 침투이행성이 탁월하고 살충효과가 신속한 <아타라> 입상수화제를 추천했다. 이 약제는 먹노린재에 5000배로 희석해 적용토록 등록돼 매우 경제적인 비용으로 방제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경농은 <쾌속탄>과 <삼각편대>를 추천했다. <쾌속탄>은 캡슐현탁제라는 특수제형으로 항공방제 때 비산이 적고 살충효과가 우수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