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농가들이 분산출하보다 저장에 지나치게 치중해 내년 상반기 가격 동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 구리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배 품질을 살펴보며 경매를 하고 있다.
이는 최근 도매시장 등에서 경매사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올해 수확기 이후 배 가격이 계속 높게 형성되고 있는데도 더 높은 값을 기대해 저장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배는 태풍 등으로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25% 정도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배 가격이 예년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다. 19일 현재 서울 가락시장에서 15㎏들이 <신고>배 한상자 가격(상품 기준)은 평균 5만6,600원으로 배 가격이 좋았던 2010~2011년 이맘때의 3만7,000원 선보다도 높고, 2008~2009년의 2만6,000원 선보다는 두배 이상 높은 값이다. 하지만 농가들은 앞으로 이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분산출하보다 저장에 치중하고 있다.
강남규 농협구리공판장 경매사는 “산지에서 저장창고가 부족해 상인들이 창고와 배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아 농가들의 가격 기대감이 더욱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물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부담 등으로 소비도 줄어 농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앞으로 시장에 풀릴 물량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경우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재고량 증가로 이어져 자칫 내년 상반기 중에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기 구리시장의 구리청과 이석규 전무는 “지난 수년간의 소비 및 가격추세를 보면 과일은 흉작 이듬해 단경기에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면서 “현재 배 가격은 수확량 감소 등을 감안하더라도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분산출하를 통해 전체적인 가격 지지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천호진 농협가락공판장 본부장도 “특품 수준의 배는 물량이 크게 부족하고 연말 및 설 선물 등으로 수요가 많아 저장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품 수준의 물량은 소비위축 등으로 물량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가격을 봐 가면서 분산출하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