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EU 의장국이었던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가 2009년 7월13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EU FTA가 타결됐다”고 선언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한·EU FTA는 오는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된다.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과의 FTA가 국내 농업부문에 미칠 파장에 벌써부터 농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농업부문 최대 2조7,000억원 감소=한·EU FTA가 발효되면 국내 농업부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해 10월 국책연구기관이 합동으로 내놓은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은 정부의 시각을 대표한다. 농업부문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한·EU FTA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발효 15년차까지 국내 농산물 생산 감소 총액은 최고 2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EU FTA가 발효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FTA가 발효되면 국내 농산물 생산 감소액은 점차 증가해 5년차에 1,035억원, 10년차엔 2,456억원, 15년차엔 3,060억원에 이른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발효 15년차 축종별 국내 생산감소액은 양돈이 1,214억원, 낙농 805억원, 양계 331억원, 쇠고기 526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전체 농산물 생산감소액 중 축산이 94%를 차지, 축산분야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란 얘기다. 또 발표 15년차 과채류의 생산감소액은 156억원, 곡물은 2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피해 규모 예측 ‘온도차”=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이런 경제적 효과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축산물·과채류·곡물류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영향을 추정해 실제 한·EU FTA가 발표되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란 게 농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 품목별로도 피해 규모 예측에 온도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는 건국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한·EU FTA 발효에 따라 양돈분야에 예상되는 피해가 4,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칠레·미국·EU와의 FTA로 예상되는 피해액 1조800억원 가운데 EU산 수입비중(40%)을 고려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이 예상한 15년차 생산감소액보다 3.4배나 많은 규모다.
한국낙농육우협회도 정부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김민경 건국대 교수와 박종수 충남대 교수 등의 연구용역 결과, 한·EU FTA가 발효되면 낙농분야는 연간 1,028억원의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간 평균 생산감소액(323억원)에 견줘 3배나 큰 것이다.
◆체감 피해는 더 클 듯=농협경제연구소는 한·EU FTA가 발효돼 냉동삼겹살이나 닭다리 등에 붙는 관세가 철폐되면 EU산 축산물은 국내산의 절반 수준에서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FTA 발효로 실제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이 이뤄지면 국내 축산 농가들이 느끼는 체감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경제연구소의 ‘ 한·EU FTA의 주요내용과 영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EU산 냉동삼겹살의 국내 판매가격은 1㎏당 5,900원으로 국내산의 63.6%에 불과했다. 더욱이 FTA 발효로 관세 25%마저 철폐되면 EU산 냉동삼겹살값은 1㎏당 4,720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냉동닭다리도 20%의 관세가 없어지면 수입가격은 1㎏당 3,546원에서 2,955원으로 낮아져 국내산 대비 90%에서 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농협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무관세쿼터(TRQ) 형태로 수입될 탈지·전지분유 같은 낙농품도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