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만간 정부에 건의서 제출 농식품부, 예산부처와 협의 결정
쌀 수급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수확한 지 3년이 넘은 묵은쌀(고미)을 가축 사료로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2005년 수확기 쌀 시장 안정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사들인 10만t 가운데 지금까지 처분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인 쌀이 6만6,000t에 달한다”며 “이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조만간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5년산 쌀은 장기 보관에 따른 품위 저하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수확기 벼 보관창고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 쌀을 사료로 처분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입장을 유보했던 정부 역시 ‘이제는 쌀의 사료화를 적극 검토해 볼 시점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쌀 재고량은 연이은 풍작으로 적정치를 2배가량 웃도는 상황이다. 수확기 전까지 적정 재고(72만t)를 유지하려면 50만~60만t을 주정용이나 가공용 등으로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만 가공용은 수요가 미미한데다 주정용은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욱이 재고 쌀 처분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대북 쌀 지원도 천안함 사태로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생산자단체로부터 ‘묵은쌀을 사료용으로 처리하자’는 비공식 건의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국민 정서상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재고가 워낙 많은데다 이로 인해 쌀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수요가 없는) 오래된 쌀을 중심으로 사료화 등 다양한 처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건의서가 접수되면 예산 부처와 협의를 거쳐 재고 쌀 처리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축산업계와 사료업계도 쌀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이다. 사료업체 관계자는 “쌀은 옥수수에 비해 단백질이나 지방이 다소 부족하지만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돼지 비육후기 및 육계 사료로 적합하다”며 “정부가 묵은쌀을 옥수수 수입 가격의 80~90% 수준에서 공급한다면 연간 30만t은 사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껏 농사지어서 소·돼지 사료로 주느냐’는 정서적 거부감이 여전한 만큼 묵은쌀의 사료화 여부를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일본은 1970~80년대 1·2차 쌀 파동 당시 509만t을 사료용으로 처분했으며, 최근에도 재고 쌀 해소 대책으로 연간 30만t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김상영 기자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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