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안성에서 열린 ‘17년산 벼 수확 시연회 및 쌀값 안정 추진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벼 수확시연을 펼치는 모습 @농민신문DB
문재인정부 출범 1년…주요 농업정책 분석
성과는 우선지급금 환수문제 해결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
가축질병 발생도 크게 줄어 재해복구비·보험 품목 확대
과제는 지난해 농업소득 1004만원 23년째 정체돼 대책 세워야
젊은 후계인력 육성 시급 농정 큰 그림도 필요
문재인정부가 10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값 회복,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 가축질병 발생 최소화,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 등과 같은 여러 농정현안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농민·농민단체와의 소통에도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쌀 목표가격 재설정, 생산조정제 성공 추진 등과 같은 단기 현안에서부터 농가소득 향상 및 청년농 육성, 직불제 개편 등 중장기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쌀값 회복 등 현안 해결=농식품부가 새 정부 들어 가장 먼저 해결한 농정현안은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에 대한 우선지급금 환수문제다. 특히 이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소통을 통해 해결한 사례로도 꼽힌다. 문제의 발단은 농식품부가 2016년 9월 결정한 우선지급금(벼 40㎏ 한포대당 4만5000원)이 수확기(10~12월) 가격인 4만4140원보다 높아 농가가 우선지급금에서 860원을 토해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데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농식품부는 농민단체·농협과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2017년 8월24일 농민은 우선지급금을 자율납부하고, 정부는 쌀값 안정에 만전을 기하기로 협약을 체결해 물리적 충돌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
협약대로 농식품부는 쌀값을 회복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역대 최초로 햅쌀 가격이 형성되기 이전에 수확기 대책을 선제적으로 발표, 2010년 이후 최대 물량(37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그 결과 2017년 6월 12만6767원(80㎏ 기준)까지 떨어졌던 쌀값이 올 5월5일에는 17만2264원까지 회복됐다.
김영란법에 따른 농축수산물의 선물비 허용가액 상향 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허용하는 농축수산물 선물비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라감에 따라 주요 유통업체와 홈쇼핑의 올해 설 명절 농축수산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4% 늘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에 대해 예방 중심의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방역조치를 취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재기를 가능하게 하는 농정=농민 누구든 자연재해나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며, 일어서려는 농민의 손을 잡아주는 게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농식품부가 재정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재해복구비 항목을 추가하고 단가를 높인 이유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재해복구비 지원 항목에 농약 살포와 파종에 필요한 인건비(1㏊당 45만원)를 추가했고, 농약대·대파대 등의 지원 단가를 평균 3배 인상했다. 농약대의 경우 채소류는 1㏊당 30만원에서 168만원, 과수류는 63만원에서 176만원으로 크게 높였다. 대파대는 1㏊당 과채류가 392만원에서 619만원, 엽채류가 297만원에서 410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다만 재해복구비 단가가 실비용에는 아직 크게 못 미쳐 지속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도 2016년 66개에서 2017년 69개로 늘렸고, 보장 범위 또한 확대했다. 그 결과 2017년 보험 가입 농가수가 전년에 비해 8.7% 증가했고, 재해를 입은 3만6000가구의 농가가 4165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사과·배·벼 등 주요 품목의 보험료율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사과농가의 경우 지역에 따라 보험료가 지난해 1㏊당 260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162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무재해농가의 보험료를 5% 할인해 농가부담을 완화했다.
안전사고를 당한 농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농업인안전보험 가입 연령을 84세에서 87세로 상향 조정했고, 보험료도 10% 인하했다.
◆과제도 산적=농가소득, 특히 농업소득 향상은 농식품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은 2016년(1006만8000원)에 견줘 0.2% 감소한 1004만7000원에 머물렀다. 늘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뒷걸음친 것이다. 농업소득은 1994년 처음 1000만원을 넘어 1032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2004년과 2006년 1200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3년째 1000만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수입 농축산물이 물밀듯 들어오는 탓에 농업소득이 높아질 겨를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농식품부가 농업소득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농 육성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후계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는 40세 미만인 농가 경영주가 1만가구 아래(9273가구)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9%에 불과하며, 2010년(3만3143가구)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5년에는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 비중이 전체 농가의 0.4%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모금을 활성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상생기금은 지난해 309억6000만원이 모금돼 목표(1000억원) 대비 31%에 그치더니, 올 들어서도 15억7960만원 모금에 그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향후 농업협력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