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형 마트 바이어 한번 만나기 정말 어려웠는데 〈케이(K)-멜론〉 시작하고는 부르면 옵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솔직히 두렵습니다. 산지의 힘이 커지는 것이니까요.”
지난 2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K-멜론〉 최종평가회에서 강근수 멜론전국연합사업단 전국공선출하회장과 신경환 롯데마트 과장이 한 말이다. 멜론전국연합사업단으로 조직화된 〈K-멜론〉이 가지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 준 말이다.
단일품목으로 전국적 판매조직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출범한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이 출범 1년 반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다. 농가수취값 20% 상승이 외형적인 성과라면 내면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조직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합사업단이나 공동사업법인은 대부분 생산과 수확이 완료된 시점에서 판매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수급조절이나 출하조절이라는 기능을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은 전국 12개 산지를 출하 시기별·지역별로 나눈 뒤 정식과 수분시기를 조절하고 재배기술을 통일하고 수확시기를 조절했다. 생산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을 조직화함으로써 수급조절·출하조절을 해낸 것이다.
사업단이 일주일 단위로 올라오는 산지 상황을 확인한 뒤 적절한 수준에서 농가별 출하 일자와 출하량을 지정하면 농가는 그 계획에 따라 수확·출하를 했다. 그동안 비일비재했던 홍수출하나 물량부족 현상이 없어졌고 널뛰기 시세의 대명사였던 멜론 가격이 안정됐다.
농가 100%를 공동선별·공동계산에 참여시켰고 〈K-멜론〉을 출하한 지 불과 몇달 만에 시장에서는 품질과 선별이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을 얻어 냈다. 이렇게 물량과 품질 모두를 산지가 장악하자 가격 결정권이 시장에서 산지로 넘어갔다. 농가소득이 올라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임규수 농협 원예특작부 연합사업팀장은 “생각보다 빨리 성과를 내긴 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앞으로 품종육성 등 관련 기술개발과 인력개발, 〈K-멜론〉의 세계화 등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