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정부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인가. 최근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공정위·국세청 등 4개 부처가 김장철을 맞아 수급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마늘 등의 유통실태에 대한 합동점검(본지 11월26일자 6면 보도)에 나서자 대형 마트들이 25일 마늘 판매가격을 슬그머니 내렸다.
국내 유통업계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25일부터 마늘 판매가격을 12~29% 내렸다. 업체들은 다만 기존 판매가격에서 인하된 가격을 새로 표시하는 방식 대신 직전 세일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마트(탄현점)의 경우 지난 18~24일 김장 세일기간에 깐마늘 750g 한봉에 6,950원씩 받던 것을 세일이 끝난 25일에도 동일한 가격을 적용해 일반 가격으로 표시해 판매했다. 1㎏ 환산가격은 9,260원으로, 이전 일반 판매가격(1㎏ 1만2,700원)에 비해 약 27% 낮아진 수준이다. 이는 보통 세일기간이 끝나면 판매가격을 다시 올려 받는 대형 마트의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롯데마트(주엽점)도 18~24일 세일기간에 깐마늘 700g 한봉에 6,500원씩 받던 것을 세일이 끝난 25일에도 똑같이 일반 판매가격으로 표시했다. 1㎏ 환산가격은 9,280원으로, 이전 일반 판매가격(1㎏ 1만3,090원)에 비해 약 29% 낮아진 수준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25일 700g 한봉에 6,500원(1㎏ 환산가격 9,280원)하는 상품 수준의 김장용 깐마늘과 350g 한봉에 4,580원(1㎏ 1만3,090원)하는 중품 수준의 깐마늘 두종류를 매장에서 함께 판매해 소비자들이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일산 킨텍스점)의 경우 이마트·롯데마트와 다르게 세일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마늘값을 간접적으로 인하했다. 홈플러스는 당초 18~24일까지 김장 세일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기간을 연장해 25일~12월1일까지 7일간 다시 세일행사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현재 깐마늘 세일행사 가격은 800g 한봉에 8,880원(1㎏ 환산가격 1만1,100원)으로 이전과 동일하며, 일반 깐마늘 소포장(150g·250g) 판매가격(1㎏ 환산가격 1만2,600~1만3,000원)과 비교하면 약 12%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대형 마트들이 마늘값을 드러나지 않게 내린 것은 최근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의혹을 두고 집중점검에 나서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 마트들이 마늘값을 간접적으로나마 내려 받기 시작했지만 현재 수준의 가격이 유지될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산지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조해 마늘값 안정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