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농산물을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구매하고 있는지를 조사·분석한 연구자료가 나와 유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의 의뢰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구매행태 분석 및 정책대응 방안’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에 따른 산지피해 문제가 논란이 돼왔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점유율(2007년 기준)을 추정하고 농식품 부류별, 업태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이 연구책임을 맡고, 양석준 상명대 교수 등 5인의 전문가가 연구자로 참여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다.
◆대형 유통업체, 신선식품 얼마나 판매하나=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신선식품 판매액은 산지가격 기준으로 총 6조3,244억원이며 이는 전체 신선식품 산지 판매액 33조5,050억원 가운데 18.9%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류별로는 축산물이 2조1,64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양곡 1조3,238억원, 과일류 1조826억원, 수산물 1조794억원, 채소류 6,742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전체 소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지역에서의 대형 유통업체 신선식품 점유율은 31.7%로 전체 평균보다 13%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한 대형 유통점의 53.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양곡·축산은 도매시장 추월=대형 유통업체의 농수산물 취급액을 도매시장과 비교하면, 양곡·축산·수산 부류는 이미 도매시장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민영을 포함한 도매시장의 신선식품 전체 매출액은 9조3,196억원으로 산지 판매액의 27.8%를 점유하며 대형 유통업체보다 9%가량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부류별로 보면 양곡은 1,304억원, 축산은 9,038억원, 수산은 1조176억원에 그쳐 대형 유통업체에 추월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과일과 채소를 합친 청과류 매출은 7조2,678억원으로 도매시장이 대형 유통업체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산지직거래 비중 높아져=대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구매방식은 크게 작목반·산지농협 등을 통한 산지직거래와 수집상·중도매인 등 도매업체를 통한 거래로 크게 양분되는 가운데 산지직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산지직거래 규모는 총 2조8,406억원으로 전체 취급액의 45%에 육박했으며, 부류별로는 양곡류가 약 1조원(직거래율 74.3%)으로 가장 큰 금액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축산물 8,333억원(38.5%), 과일류 4,904억원(45.3%), 채소류 3,088억원(45.8%) 순이었다. 보고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업 초기에는 도매시장을 통한 구매비중이 높았으나 점포수가 늘고 규모화가 진전되면서 직구입을 늘린 것으로 풀이했다.
◆대형 마트 수입 농산물 점유비 10.7%=수입 농산물의 경우 업체별로 취급 비중에 많은 차이를 보여 일반화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면 대형 마트의 경우 업체별로 과일류 4.9~50.0%, 축산물 3.3~70.8% 등으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단 업태별로는 대형 마트의 수입 농산물 취급 비중이 10.7%로 가장 높았고 백화점 8.1%, 슈퍼마켓 5.9%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 마트의 경우 수입 과일 비중은 16.4%로 나타났고 채소는 4.4%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 강화될 듯=이번 보고서는 농식품부가 최근 불공정행위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시장점유율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주원철 농식품부 유통정책팀 사무관은 “그동안 농업정책은 농산물 생산분야에 집중됐고 유통분야에서도 도매시장 출하까지만을 대상으로 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를 농정대상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산지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 등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an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