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들이 또다시 배추값을 들먹이며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본지가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주요 언론의 배추 관련 보도내용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언론이 이 같은 제목을 붙여 배추 기사를 쏟아 냈다.
이들 언론의 보도 요지를 살펴보면 “배추 가격이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크게 하락해 물가 안정에 큰 도움을 줬으나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한파와 폭설 영향으로 한달 만에 급등했다. 정부는 기상 악화 등으로 배추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최대 수입처인 중국 또한 한파로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값이 급등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결국 최근 배추값이 갑자기 오르는 현상은 한파와 폭설로 인해 주산지의 배추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며, 중국산 배추도 수입이 어려워 배추파동이 우려된다는 논리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농업계는 산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추측성 기사로 농업인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입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사는 “최근 배추값이 오른 현상은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한파와 폭설에 의해 산지 작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출하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어떤 팩트(사실)를 가지고 기사를 썼는지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지에는 저장한 배추도 많고 밭에 수확을 기다리는 배추도 널려 있어 출하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그때 언론은 어떤 내용의 기사를 쓸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배추 가격이 급등해 서민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언론들의 보도내용 역시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현재 가락시장의 배추(상품 10㎏들이 한망 기준) 도매가격은 3,802원이다. 이 가격은 한달 전 2,445원에 비해 1,357원 오른 것으로, 굳이 백분율로 따지자면 55.5%나 상승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도 대로 배추값이 크게 올라 3,802원에 거래됐다고 치더라도 ▲2011년 9,209원 ▲2010년 7,007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에 불과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설명이다.
산지 유통인들의 모임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산지에서는 배추 물량이 넘쳐 값이 너무 없다고 아우성을 지르는데, 언론들은 소비지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숫자놀음’만 즐기고 있다”며 “서민가계 걱정을 해 준다면 배추값보다는 기름값이나 공공요금 인상을 문제 삼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9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배추 생산량 증가 영향이 겨울배추 출하기인 현재까지 미치고 있어 배추값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월 상순 현재 배추 상품 도매가격은 1포기당 992원으로, 평년1,527원과 전년 3,140원보다 크게 낮은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최근 배추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이 한파와 눈의 영향으로 산지에서 수확작업이 어려워 출하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며, 올해 겨울배추는 지난해와 평년보다 생산량이 늘어 배추 수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