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오시는 날, 그래서 산으로 갔다. 전남 화순 백아산(810m) 중턱에 조성된 산나물 공원 ‘산채원’(화순군 북면 송단리)이 그곳이다. 김규환 대표(46)는 100만㎡(30만평)쯤 되는 산기슭을 산나물 공원으로 만들고 있다.
“백아산 하면 빨치산을 먼저 떠올리지요. 머잖아 산나물이 대신할 겁니다.”
김씨는 2006년 9월 고향인 이곳으로 들어왔다. ‘산나물이야말로 미래 농업’이라는 생각에 전국을 다닌 끝에 ‘여기만큼 오염 안 되고 나물 많은 곳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래 자라던 250여종에 그가 심은 것이 또 그만큼. 그와 두어시간 산책하며 뜯고 맛본 나물만 30여가지다. 쓴맛 단맛 다 보고 나니 혓바닥이 파래졌다. 물오른 봄이 그렇게 내 것이 됐다.
◆못 먹는 풀 빼곤 다 나물=맛으로도 이름으로도 첫자리에 놓일 참나물, 요즘 ‘산나물의 제왕’으로 통하는 곰취, 이 곰취를 빼닮은 곤달비, 정신이 파드득 들게 맛있다는 파드득나물, 달큰한 더덕 향을 그대로 품은 더덕순, 그 사촌 격인 잔대순, 높은 산에서만 자라는 산마늘, 참취·수리취·벌개미취 등 종류도 많은 온갖 취나물…. 볕 좋은 산기슭이나 물 맑은 골짜기에 나는 풀 중에 먹어서 탈 없으면 죄다 산나물이다. 건강하려면 골고루 먹으랬다. 올봄엔 늘 먹는 달래·냉이·씀바귀 3총사 말고 새로운 산나물에 도전해 보자.
◆풀만 나물? 나뭇잎도 나물!=나물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나무 나물’을 윗길로 친다. 홑잎나물(화살나무), 고춧잎나물(고추나무), 초피나물(초피나무)은 어린잎만 훑어 생으로 또는 살짝 데쳐 된장에 무쳐 먹으면 일품. 개두릅(음나무), 참두릅(두릅나무), 옻순(옻나무)은 통통한 새순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한번 맛을 들이면 짧은 봄이 원망스럽다. 여기서 잠깐! 땅두릅은 두릅나뭇과의 다년초 ‘독활’의 어린순, 그러니까 ‘풀’이다. 참두릅은 나무 꼭대기에 난 것을 손으로 따지만, 땅두릅은 뿌리에서 돋은 것을 칼로 자른다.
◆잡초라고? 한번 잡숴 봐!=민들레·별꽃·벼룩나물·자운영·비름·질경이· 개망초…. 논둑이나 길섶에서 절로 피고 지던 이 풀들이 요즘 들어 추억의 들나물로, 몸에 좋은 웰빙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린 것은 그대로, 질긴 것은 데쳐서 된장·고추장에 설렁설렁 무치거나 밥과 함께 쓱쓱쓱싹 비벼 먹으면 된다. 시골집 화단에 흔한 삼잎국화·금낭화·맨드라미 어린잎도 놓치기 아까운 나물이다. 아까워 못 먹다가 한번 맛보면 계속 찾고, 나중엔 꽃보다 나물로 보인다.
◆생나물은 참기름, 묵나물은 들기름=뜯어서 바로 먹는 생나물은 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을 두른다. 다시마·멸치·황태·무·대파·표고를 넣어 육수를 만들면서 간장을 넣고, 이 육수를 식힌 다음 생나물에 넣어 무치면 된다. 양념은 최대한 간단히, 무칠 때도 설렁설렁 뒤적이는 정도로만 하자. 말린 것을 삶아 먹는 묵나물은 된장으로 무치고 들기름을 두른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도 좋다. 이밖에 도라지 잔뿌리나 쑥·냉이·달래는 튀김옷을 슬쩍 입혀 고소하게 튀기면 별미 중 별미다.
#산나물 함부로 캐지 마세요!
산림 소유주(국유림은 관리소, 사유림은 산주)의 동의 없이 산에서 나물이나 약초를 함부로 캤다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재배지·관광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은 지자체에서 특별 단속중이다. 이런 곳에 여러 사람이 함께 가거나, 칼·호미 같은 도구를 소지하거나, 한번 먹을 양 이상을 채취하거나, 희귀식물을 뿌리째 캐거나, 아무 풀이나 먹는 행위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