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이 올들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슈퍼마켓 매장을 대폭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농산물 유통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슈퍼마켓은 매장면적이 165~3,000㎡(50~909평) 미만으로, 3,000㎡ 이상인 대형 마트보다는 작으면서 165㎡ 미만인 종합 소매점보다는 큰 유통업태(한국표준산업분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 등이 107~108개씩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동네 슈퍼를 포함한 슈퍼마켓 업태의 신선식품 매출액은 4조9,796억원으로 대형 마트의 5조9,534억원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규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슈퍼마켓 매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통업체는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기존에 보유한 매장규모와 맞먹는 100개 정도의 슈퍼마켓을 올해 안에 신규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가 올해 20~30개의 매장을 신설하는 데 이어 GS슈퍼마켓도 25~30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마트 중에 유일하게 슈퍼마켓이 없는 이마트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슈퍼마켓 사업을 부인하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선 사실상 슈퍼마켓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포점·광명점 등 비교적 근래 오픈한 이마트 매장이 3,000㎡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 매장 간판도 ‘이마트 메트로’ 등으로 기존점과 차별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그랜드백화점이 최근 슈퍼마켓 진출을 선언하면서 올해 30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혀, 슈퍼마켓 시장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처럼 슈퍼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대형 마트를 위주로 한 유통업체의 상권경쟁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신규 오픈을 위한 부지 확보 등에서 상대적으로 대형 마트보다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대형 마트 업계가 10% 안팎의 성장에 그친 반면, 슈퍼마켓은 50% 이상 성장하면서 향후 전망이 더 밝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승용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슈퍼마켓 진출 확대로 구매력이 확대되면 농산물 산지와의 교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슈퍼마켓이 대형 마트처럼 PB(자체브랜드)상품 확대 등에 나설 경우 산지의 물류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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