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은 양파(6,610㎡·2,000평)의 30% 안팎이 말라 죽은 것 같아요. 언 땅이 풀리면 병이 들어 또 얼마나 망가질지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권영수씨·46·경북 안동시 일직면)
#2 “곧 있으면 사과밭 1만8,178㎡(5,500평)에 물을 줘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5t 들이 물탱크 8개를 준비했으나 담을 물이 없어요..”(채원식씨·52·경북 문경시 산북면)
전국 곳곳에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관정을 뚫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지하수마저 ‘고갈 상태’로 접어들고 있어 비가 와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농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245㎜로 세계 평균(973㎜ 수준)과 비교할 때 적지 않다. 그럼에도 물이 모자라는 ‘이상한 나라’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한국의 2000년 물 사용 가능량이 1,470㎥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참고로 연간 물 사용 가능량이 1,000㎥ 미만은 물 기근국가, 1,000~1,700㎥은 물 부족 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 국가다. PAI는 더 나아가 2025년이면 물 사용 가능량이 1,199~1,327㎥로 보고 있어 물 사정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강수량은 많은데 국토의 70%가 급경사의 산지인데다 비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증발되거나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물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얼마나 버려지나=국토해양부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강수량의 42%는 손실(증발 등)되고, 58%만이 수자원으로 이용된다고 추정한다. 그나마 이용 가능한 58%도 모두 저장되지 않고, 27%만이 활용되는 실정이다. 강수량의 4분의 3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기보다는 물 관리를 잘못하는 나라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지하수도 덩달아 부족하다. 관정을 뚫어 사용하는 양이 저장되는 양을 웃돌면서 취수원마저 고갈되고 있다. 서용석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암반층으로 둘러싸인 지하수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너무 많이 물을 뽑아쓰면서 물이 채워지는 공간에 흙 등이 채워져 물이 고갈되고 있다”며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빗물 전도사’로 불리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연간 떨어지는 빗물의 총량(1,276억t) 중 증발 또는 바다로 유출되는 물을 제외한 지하수·댐 등으로 쓰는 수자원은 331억t에 불과할 정도로 많이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30년 후에는 약 3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빗물 총량의 2%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빗물 가두기 등 물 관리를 잘하면 가뭄 등 물 부족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문경=최인석 기자, 청주=김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