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용 수입쌀과 국산쌀의 한판승부가 또다시 시작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밥쌀용 수입쌀 첫 공매가 12일 aT에서 진행됐다.
◆수입량 3년 사이 3배 증가=올 상반기 반입될 밥쌀용 수입쌀은 모두 6만3,055t이다. 이는 지난해 반입량 4만6,895t에 견줘 34.5%,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의 밥쌀용 수입쌀이 처음 한국땅을 밟았던 2006년 2만1,534t에 비해서는 3배나 많은 양이다.
태국에 배정된 장립종 2,000t은 이미 반입작업이 끝나 12일부터 공매를 통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또 중국산 단립종 2만6,349t과 미국산 중립종 1만5,191t은 이달부터 6월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aT는 중국쌀과 미국쌀 공매를 3월 초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농업계의 관심은 국산쌀과 경쟁을 벌일 중국쌀 및 미국쌀의 낙찰가격에 쏠리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1년 사이 미국쌀의 도입단가는 1t당 677달러에서 1,133달러로 67.4%나 올랐다. 중국쌀 역시 692달러에서 1,070달러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수입이익금(마크업)을 뺀 판매원가는 1㎏ 기준으로 지난해 800원대에서 올해는 1,600원대(환율 1,350원 기준)로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이익금을 더한 중국쌀(1등급 기준)의 평균 낙찰가격이 1㎏에 1,487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입쌀의 유통가격은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초기 시판 진통 불가피=농식품부와 aT는 올해 도입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공매가격마저 오를 경우 수입쌀 판매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T 가격정보에 따르면 10일 현재 쌀 20㎏ 한포대의 도매가격은 3만9,200원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수입쌀 낙찰가격이 국내산 저가미의 70% 수준에서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수입쌀 1㎏의 적정 낙찰가격은 1,350~1,40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는 1,600원대인 판매원가보다 낮은 가격이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산지표시제 역시 수입쌀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밥쌀용 수입쌀은 식당·단체급식소에서 68.5%가 소비됐고, 가정용 및 기타 사업장에서 15%, 김밥·떡 등 가공용으로 16.5%가 쓰였다. 이 가운데 원산지표시제 대상인 식당과 단체급식소는 소비자 눈치를 보면서 수입쌀 취급을 꺼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멜라민 파동 등으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쌀을 드러내놓고 팔 식당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다음달 중국쌀 공매가 시작되더라도 선뜻 입찰에 나설 식당이나 중도매인은 없을 테고대형 할인점 역시 여론 때문에 여전히 수입쌀 취급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