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가짜 한국쌀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상호 보호하기로 약속한 브랜드를 도용하고 있어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본지가 유럽 주요 도시에서 한국 브랜드로 팔리는 쌀의 원산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미국에서 생산된 중단립종 쌀로 확인됐다.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쌀도 간혹 눈에 띄었고, 한국산 쌀은 극히 드물었다.
우리 교민과 한국식당을 겨냥한 가짜 한국쌀은 주로 <이천쌀>(위 사진)과 <김포쌀> 브랜드를 도용했고, 일부는 <한국미>나 <이천쌀>의 영어식 표기인
다만 포장지 뒷면이나 앞면 하단에 원산지를 ‘미국’이라고 조그맣게 표기했다. 현지 교민들이 ‘당연히 한국쌀이겠지’ 하며 무심코 구매한 쌀이 사실은 미국산 <칼로스>였던 것.
가짜 한국쌀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팔리는 미국산 가짜 한국쌀의 소비자가격은 20파운드(9.06㎏)당 23유로(3만4,000원)로 ‘진짜 한국쌀’ 27유로(4만원)에 견줘 15%가량 저렴하다.
가짜 한국쌀은 미국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로 포장된 채 유럽땅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지를 ‘미국’으로 표시해 통관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은 것.
그렇지만 EU 27개 회원국 내에서 미국쌀을 <이천쌀>은 물론
EU는 2007년 FTA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지리적표시 농식품의 상호 보호를 강하게 요구했다. <보르도> <샴페인> <코냑> 등 지역 고유명을 활용한 브랜드가 활성화된 EU 입장에서는 지리적표시제를 주요 지적재산권으로 본 것.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리적표시제가 초기 단계란 이유로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한·EU 양측은 상호 인정할 지리적표시 품목을 협정문 부속서에 일일이 기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TRIPs) 협정 수준으로 매우 강하게 보호키로 했다.
협정문 부속서(10-가·나)에 등재된 품목은 한국 64개, EU 162개다. 이 가운데 우리 쌀 브랜드는 <이천쌀> <철원쌀> <여주쌀> 세개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지역 농가나 생산자단체가 아니면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브랜드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에 근무하는 농무관과 관계기관 해외 주재원 등을 통해 지명이 도용당했거나 오·남용되고 있는 지리적표시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자료가 축적되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