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현재 우리가 먹는 마늘이 아닙니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마늘입니다. 산마늘은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먹을거리입니다.”
경북 영양의 일월산(1,219m) 자락에 자리 잡은 권용인씨(49·경북 영양군 일월면)는 산나물 중 특히 산마늘에 애착을 갖고 기른다. 이유는 산마늘은 단국신화에서 보듯 우리 먹을거리의 뿌리이자 되찾아야 할 ‘밥상머리 문화’의 상징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전통 밥상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생활·예절의 공간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로 가득 차 있고,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데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6년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한 그는 귀농 첫해부터 산마늘·두메부추·참나물 등 10여종의 산나물을 재배하며 새 터전에 뿌리를 내렸다. 권씨는 서울에서도 야생화 보급 운동을 펼치는 등 문화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야생화 보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작목으로 산나물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의 식탁을 지켜온 토종 채소가 바로 ‘산나물’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
“마을 사람들에게 굳이 산나물 재배를 권장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산마늘과 산부추 등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면 절로 보급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죠.” 권씨가 희망의 불씨를 지피자 산나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농가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지난해 12개 농가와 의기투합해 일월산산나물작목반을 조직했다.
권씨가 살고 있는 용화리는 지난해 경북도의 ‘부자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대상 마을로 선정됐다. 산나물을 통한 권씨의 귀농 꿈이 첫 결실을 거둔 셈이다. 그는 지원금으로 황토집을 짓고 집집마다 생활폐수 정화시설을 갖추는 데 앞장섰다.
또 일월산 허리를 굽이굽이 돌아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옛 고갯길을 복원할 계획이다. 길 옆에 산마늘 등을 심어 경관도 새롭게 할 참이다.
“도시민이 머무르며 자연과 경치를 즐기고 건강까지 지킬 수 있도록 자연치유 생태마을로 꾸밀 계획”이라는 권씨는 “앞으로 한의사를 초빙, 간단한 진료와 체질에 맞는 먹을거리를 추천해주는 음식·건강서비스까지 제공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효소 산나물 음식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권씨는 “대부분 농민들이 단숨에 돈이 되는 ‘대박농업’에 관심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농촌의 정을 듬뿍 담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 농산물’로 산나물을 개발, 농산촌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영양=오현식 기자 hyun200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