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광물로 분류돼 온 소금을 식품으로 바꾼 것이다. 당선자 시절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1㎏당 6만~9만원인데, 질 좋은 우리 천일염은 광물인 탓에 1,000~2,000원밖에 못 받는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후 천일염 관련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고, 전남 신안지역은 천일염 산업특구로 지정됐다. 전남도는 현재 1,000억원 규모인 천일염시장을 1조원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천일염 생산과 관리시설 등이 낙후돼 있어 이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명품화’를 겨누는 천일염 산업의 현황과 발전대책을 알아본다.
전 세계에서 미네랄이 함유된 소금은 1%도 안된다. 대부분의 소금은 땅속에서 캐내는 암염이다. 바닷물을 말려서 얻는 갯벌 천일염은 매우 귀하다.
비만의 주범이라는 염화나트륨 함량만 높고 칼슘·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 성분은 제대로 못 갖춘 암염에 비해 갯벌 천일염은 식용으로 높게 친다. 값도 훨씬 비싸다. 특히 미네랄 함량이 높다고 하여 최고급으로 치는 것이 프랑스 게랑드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천일염은 이보다도 미네랄 함량이 월등하다.
●세계 최고 품질,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
게랑드지방은 기후 탓에 소금을 굳히는 결정지에 3~4일 이상 포화함수(농축된 소금물)를 가둬 둬야 한다. 그동안 미네랄 성분이 빠져나가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염전들은 오전 6시에 물을 가두면 그날 오후 4~6시쯤 소금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품질 좋은 천일염을 얻을 수 있다.
함경식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우리 천일염은 게랑드 소금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2.5~3배 많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정제염과는 달리 혈압을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 완화 효과도 있어 고혈압과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또 높은 온도로 열처리하면 항산화 효능까지 생성된다. 죽염과 구은소금 등으로 가공하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 소재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장해춘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 따르면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과·된장·김치 등 발효식품은 정제염을 사용한 것들보다 수분 유지율이 높고 쉽게 변색되지 않으며 숙성될수록 아미노산이 더 많이 생성된다. 다른 나라 소금들과의 차별성이 이미 데이터로 입증돼 있는 천일염을 적극 내세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 됐지만 주변 여건은 아직 광업 수준
1962년 소금 전매제도가 없어지고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천일염은 광물로 분류되게 됐다. 1992년에는 식품공전에서 제외됐으며, 급기야 1997년 소금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폐전 지원사업까지 추진됐었다. 이 와중에 천일염 산업은 급속히 위축되고 생산량마저 들쭉날쭉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한해 생산량 통계조차 발표기관에 따라 30만~50만t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기존 염관리법은 염 산업의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천일염에 대한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품질관리·등급화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박승준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사무관은 “50년 가까이 광물로 분류되다 갑자기 식품이 됐는데 생산·유통시설과 산업 여건 등 주변 환경은 여전히 광물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며 “식품화에 따른 후속조치로 법 전면개정을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 현대화와 유통 개선 노력은 일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소금창고와 해주(소금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지은 창고), 바닥재 교체 등 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33억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156억원으로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회 심의중에 있다.
산지처리장(SPC) 설립도 올 2곳에서 내년엔 더 확대키로 했다. 전남도는 2012년까지 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전체 염전의 시설을 개선하는 데 1,0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재원 확보가 천일염 산업 육성의 관건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농협 신안천일염연합사업단이 출범해 유통 개선에 나섰다. 연합사업단은 천일염 매입·판매가격을 통일하고, 포장재 개발과 공동홍보를 통해 생산자들에게는 적정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겐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값싼 수입 소금이 유통 과정에서 신안 천일염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포장용 고급 포장재를 개발할 방침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도 산지 생산자들과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등 직접 생산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민간자본 유입으로 시설 현대화를 앞당긴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장 장악으로 인한 불공정행위와 정부·농협 등 공공사업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윤덕한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