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오디가 풍년입니다.” 16일 전남 영광 굴비골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천영문 조합장(오른쪽)과 한상옥 NH농협 영광군지부장(가운데)이 갓 수확한 오디를 들어보이고 있다. 올해 오디 수확량이 급증함에 따라 굴비골농협은 수매량을 2016년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영광=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주산지 지방자치단체와 농협·농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베리류 생산은 품목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분자와 블루베리 생산량은 주는 반면 오디는 전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이뤄진 블루베리 폐원과 4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봄가뭄의 영향이 컸다.
◆ 복분자 생산량 급감=지난해 복분자는 큰 홍역을 치렀다. 넘치는 재고로 값이 크게 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도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의 가격 하락에 실망한 농가들의 폐원면적이 급증한 데다 복분자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복분자주 등 가공업체는 올해 계획한 수매량을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인철 전북 고창 해리농협 상무는 “가뭄의 영향으로 작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전년에 견줘 절반가량 수확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고창·정읍·순창 일대 복분자 생산량이 전국 70~80%를 차지하는데, 고창에서만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면서 “면적 감소에다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폐원면적이 늘고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값은 전년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당장 고창지역 농협은 올해 수매가를 1㎏당 7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2000원 오른 값이다. 농가들의 직거래가격도 전년보다 더 오른 수준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남의 지역농협 관계자는 “복분자는 기호식품이라 소비량이 느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어도 큰 폭의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오디 수확량 급증=복분자와 달리 오디는 근래 보기 드문 풍년을 맞았다. 오디 생육에 이상적인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확이 끝물에 접어든 15일 현재 오디를 수매하는 대부분 지역농협의 수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9t을 수매했던 고창 해리농협은 40t으로 수매량이 늘었고, 인근 흥덕농협도 9t에서 30t으로 급증했다.
수확량이 급증했어도 가격은 지난해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수매가는 1㎏당 3500~4000원 수준에서 결정됐다. 산지에서는 수요 변동폭이 큰 품목이 아니고 냉동상태로 보관돼 연중 판매하는 품목이어서 가격 진폭이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전북 부안군 관계자는 “인터넷 온라인쇼핑이나 직거래 판매가 대부분이고 아직은 수요에 한계가 있어 가격 등락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블루베리, 상승세로 출발=블루베리는 2016년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 대상품목으로 선정되면서 폐원하는 농가가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폐원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폐원한 블루베리 면적은 550㏊로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산지에서 체감하는 면적 감소는 훨씬 더 크다. 폐원신청 없이 자발적으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강윤기 순창군 블루베리협회장은 “면적으로 봤을 때 지역에서만 전년보다 30% 이상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배면적 감소와 품질 향상으로 6월 중순 시세는 양호하게 형성되고 있다. 15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상품 기준 1㎏당 가격은 2만4298원으로 2016년(1만9319원)보다 5000원가량 높았다. 하지만 노지 출하가 본격화하는 6월 하순에 접어들면 값은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외국산 체리와 미국산 생 블루베리 수입량이 늘어 국내산 블루베리 소비가 급격히 준다는 것이다.
최용선 서울청과 경매사는 “국내산 블루베리는 외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매우 낮다”면서 “아직은 품질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원은 “국내산 블루베리는 생산 초기에 기능성이 강조되면서 소비가 급격히 늘었지만 현재는 정체 상태”라며 “뛰어난 안전성을 홍보하면서 품질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