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화성시 마도면 금당리의 한 논에서 모가 노랗게 말라죽고 있다. 마도면 일대의 약 20㏊ 논에서 벼 고사 피해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모내기를 못한 논을 대상으로 생산조정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일 현재 모내기 피해를 본 면적은 전국적으로 1만2911㏊에 달한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6504㏊가 이앙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모를 심었지만 정상적인 생육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염도가 높은 간척농지의 피해면적이 약 8400㏊로 전체의 65.1%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간척지가 많은 충남이 8316㏊로 가장 넓고, 그 다음은 전남 3142㏊, 경기 991㏊, 경남 126㏊ 순이다.
일례로 전남 무안군 운남면에 있는 구일간척지는 약 300㏊ 농지 중 200㏊에 모를 못 심었다. 100㏊는 모내기를 마쳤지만, 그중 약 절반은 모가 말라죽은 상황이다. 구일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는 유을종씨는 “비가 안 오면 수로에 있는 물의 염도도 높아져 끌어다 쓸 수 없다”며 “7월 초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접어야 한다”고 걱정했다.
간척지가 많은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사간척지가 있는 충남 서천은 6곳의 농업용 저수지 염도가 0.47%를 기록하고 있다. 논물이 정상 염도인 0.1%를 넘으면 모를 심어도 노랗게 타들어가기 때문에 모내기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산지역도 같은 이유로 약 44㏊의 논이 모내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파악됐다.
모를 냈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상황도 심각하다. 경기 화성시 마도면 금당2리의 황종우 이장은 “20㏊ 논에 모를 심었지만 제대로 새끼치기를 한 벼가 없다”며 “살수차 한두대로는 한계가 있어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피해상황에 따라 ▲재이앙 ▲타작물 전환 ▲휴경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상황에 맞게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재이앙을 앞둔 면적은 7915㏊이고, 타작물 전환은 1647㏊, 휴경은 298㏊가 예정돼 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충남도의 경우 2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0㏊에 모를 낼 수 있는 2차 못자리 설치를 20일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재이앙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재배와 수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황 이장은 “비가 100~200㎜ 이상 오지 않으면 모를 다시 심어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호밀·콩 등 대파작물 얘기도 나오지만, 호미도 안 들어가는 땅에서 싹이 제대로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진국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모내기를 마친 간척농지에선 수확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가뭄지역에 생산조정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수해 극복에 드는 예산을 절약하면서 쌀생산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른정당 등 정치권과 일부 농업계가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휴경에 들어가는 농가에 대해 아직 확정된 대책은 없다”면서 “7월 초까지 휴경면적을 추가로 파악해 재해보험 가입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