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농부 이소희씨는 요즘 낮에는 유기농 오미자 관리, 밤에는 농업 6차산업화 공부를 하느라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
처음 농촌을 접한 아홉살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농부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서울에서 큰 무술체육관을 운영하던 부친이 돌연 귀농을 선언했다. 팍팍한 도시가 아닌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녀를 기르고 싶은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덕분에 소희씨는 농촌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랄 수 있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도시가 그리워졌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결국 농촌을 완전히 벗어나 수도권 지역에서 유치원 교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아이들과 수업할 때 항상 공원이나 숲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농촌교육농장 등의 여건을 갖추고도 일손이 모자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을 알았어요. 교육농장을 잘 활용하면 농촌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 그는 5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한 노하우를 살려 기존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중에서도 부친의 특기를 살린 전통무술체험은 다른 농장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야심작이다. 여기에 문경에서 무예를 연마했다는 후백제 왕 견훤 이야기 같은 역사교육을 곁들인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알차게 꾸린 프로그램으로 2015년엔 농촌진흥청에서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도 받았다.
또 본격적인 팜스테이 손님 유치를 위해 시설 정비에 나서는 등 열심히 뛴 덕에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획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부턴 정부에서 지정하는 현장실습교육장(WPL)으로 선정돼 부친과 함께 농고·농대 학생, 귀농인에게 유기농 오미자 재배법과 귀농·귀촌 교육을 하고 있다.
그가 가업에 발을 담그고 농업 6차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농장 수익은 예전보다 서너배 높아졌다. 연간 방문객도 5000명 이상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양친이 흐뭇해하는 건 당연지사. 이제는 농장과 관련된 회계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렇듯 농업 6차산업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1차산업이 튼튼해야 6차산업도 가능하다’는 건 그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지론이다. 농(農)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가 귀농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부친에게 하루에 50번도 넘게 질문하며 유기농 재배법을 익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