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의 방역상 역할 확대 필요
축산경제가 이런 방안을 마련한 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을 비롯한 악성 가축질병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그동안 여러차례 악성 가축질병을 겪으며 방역체계를 개선해왔지만, 범농협 차원의 신속한 종합 대응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축산경제가 “이번 AI는 전파력과 병원성이 강한 데다 구제역과 동시에 발생해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며 “특히 (농협의) 방역조직이 미약해 정부의 SOP를 적극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반성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축산업 기반을 유지하고, 축산농가의 방역의식을 높여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는 차원에서 농협의 방역상 역할이 커진 점도 고려됐다.
◆범농협 방역시스템 구축…농협 SOP 마련
이번 방안의 핵심은 무엇보다 범농협 방역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 지휘 아래 축산경제부문 부서 및 계열사, 지역축협이 참여하는 대책본부가 운영됐다. 이를 농협 부회장이 총괄하고, 중앙회부터 경제지주, 금융지주, 7개 경제·금융 계열사, 전 농·축협까지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확대했다. 비상시 농협의 방역조직을 확대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축산경제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SOP 추진방안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SOP는 가축질병 발생 전후로 농협 사무소가 방역상 해야 할 준칙을 정해 놓고 있다. 그동안 비상상황실 운영상 발생했던 여러가지 혼선을 방지해 방역효과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농협의 자체 SOP에 따르면 우선 각 사무소는 평상시인 6~8월 질병 예방을 위한 소독과 농가교육에 주력한다. AI·구제역 위험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인 9월부터 전산시스템으로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해 가금류 사육농가에 알려준다. 특히 농가 전담제 운영으로 가금류 3500여 농가의 질병발생 동향을 집중 관찰한다. 또 소·돼지 등 구제역 감염 우려가 높은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철저히 하도록 홍보한다. 백신 스트레스를 낮추고 접종효율을 높여주기 위해 백신접종 전 비타민 및 생균제를 보강한 사료도 공급한다.
농협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특별방역대책기간엔 종전보다 강화된 상황실 체제로 대응한다. 질병이 발생하면 곧바로 범농협 비상방역대책본부를 꾸려 방역당국과 연계하는데, AI·구제역 위기경보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에 맞춰 초동대응을 강화한다. 대책본부의 본부장은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황실장은 계통기관별 최고책임자가 맡는다.
◆방역조직 확대…축산농가 방역교육 내실화
중앙본부와 현장조직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방역체계 구축과 실행계획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축산경제는 현 축산컨설팅국을 축산방역부로 개편하고 2개 방역전담팀을 두기로 했다. 질병 발생으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면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방역전문 인력풀 1000명과 지역본부와 시·군지부, 농·축협 직원으로 구성된 5250명 규모의 비상방역지원인력도 구축해 운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보유 중인 소독장비 450대를 차례대로 교체하고, NH방역지원단의 방역차량도 154대에서 211대로 늘리기로 했다. NH방역지원단은 농협지역본부와 농협사료·지역축협이 연합한 도 단위 권역별 방역조직이다.
방역전산시스템 구축도 중점 추진한다. 철새이동·질병발생을 비롯한 각종 방역정보를 축산농가에 신속히 알려주고, 백신접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축산경제는 9월까지 전 축산농가의 회원가입을 추진하고 전산시스템 개발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축산농가의 책임방역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방역대책을 내놓더라도 ‘내 농장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축산농가의 인식 없이는 차단방역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축산경제는 농가 대상의 기존 방역·질병교육을 내실화하고, 축산업 허가 대상 농가는 2년에서 1년, 등록 대상 농가는 4년에서 2년으로 교육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또 여성농민 아카데미와 후계축산인 교육과 조합원 생생토크 때 질병·방역부문 교육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3·3·3운동’ 전개로 농가의 방역 생활화를 유도한다. 이 운동은 하루에 3번 소독하고, 3일에 한번 이상 생석회를 바꿔주며,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3분 이내 신고하자는 캠페인이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