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대목 고랭지배추 수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작업 인부 전재만씨(오른쪽)와 양현석 강원 대관령원예농협 채소사업소 주임이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한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출하용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있다.
작업 인부 전재만씨(39)는 “새벽 두시에 시작한 오늘 작업이 예전 같으면 오전 10시쯤엔 다 끝나야 하는데 여태까지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작업속도가 크게 더뎌졌다는 얘기다. 밑동을 잘라낸 배추가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수분 증발로 무게가 덜 나가는 탓에 밑동 절단 작업과 차량에 옮겨 싣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전씨는 “게다가 8월10~20일 이 지역 평균기온이 28~32℃에 달하는 등 지난해보다 4℃ 이상 높아 생육에 지장을 받으면서 상품성 저하도 심각하다”면서 “이 정도 밭 규모라면 소형 트럭 10대분의 물량이 수확돼야 하는데 6대 정도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석 대목용 고랭지배추 출하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속되는 폭염으로 일부 밭에서는 상품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목기간 수급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시세가 17일 상품 10㎏들이 한망당 1만원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올라 23일 현재 1만2300원 선에 형성되면서 배추값 고공행진이 추석 대목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산지에선 일부 가뭄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석용 소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8월 말~9월11일께를 전후한 출하여력은 대체적으로 평년 수준은 될 것이라면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박용만 강릉농협 상무는 “현재 출하작업이 한창인 평창지역에 이어 속칭 ‘안반데기’라고 부르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일대와 태백 귀네미마을 등 완전고랭지의 물량이 8월27~28일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시장 수요를 맞추는 데는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도 21일 발표한 ‘고랭지배추·무 주산지 출하 속보’를 통해 “9월 상순 배추 출하량은 평년보다는 5% 안팎 적겠지만 물량 공급이 크게 부진했던 지난해 같은 때보다는 4%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월 상순 이후 출하될 완전고랭지 지역의 배추 생육이 가뭄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설명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그러나 “9월 상순 강우량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하고 있어 산지 출하량과 가격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양현석 대관령원예농협 채소사업소 주임은 “최근 배추 시세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은 8월10~25일 사이의 산지 공급물량이 일시 공백현상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8월 말 이후부터는 수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주임은 “자체 계약재배한 배추밭의 생육 상황을 조사한 결과, 가뭄 등에 따른 출하 불능 물량은 평년 수준일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추석 대목 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이상용 기획이사는 “22일(오후)을 전후해 강원지역에 내린 강우량이 해갈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현재와 같은 시세가 일주일 정도 유지될 것인지 혹은 떨어질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후 비가 적정 수준으로 내려만 준다면 9월 초순 이후의 산지 출하 가능 물량은 풍부해 수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