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지속되면서 주요 농산물 수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자 정부는 수급 안정을 내세워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농가들은 줄어든 생산량에 상품성에 따라 값차가 커 값이 올라도 소득은 오르지 않는 ‘속빈강정 오름세’ 속에 속만 태우고 있다.
◆무·배추, 7~8월에 관심=고온과 가뭄으로 고랭지 배추 정식이 지연되고 초기 생육이 부진하면서 고랭지 배추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언론에서는 2010년 같은 고랭지 배추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음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상황만 보면 경고음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올해 노지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13% 감소한 데 이어, 고랭지 배추도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5%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가뭄이란 악재가 겹쳐 7~8월 여름철 배추 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9월 출하량이 평년보다 최대 21%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7~8월 파동을 미리 속단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만만치 않다. 산지와 유통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고랭지 작황이 좋지 않으나 2010년 배추 대란을 경험한 일부 산지에서 수박 등의 후작으로 배추 재배에 나선데다 현재 소비도 극도로 부진한 상태여서 통계적 생산감소가 곧 파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것이다. 농식품부도 수급안정 대책에 나섰다. 6월 말까지 완료돼야 할 배추·무(3596㏊)의 정식과 파종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하고, 예비모종 생산 및 재정식 등을 적극 추진한다. 현재 출하되는 봄작형 8000t(배추 5000t, 무 3000t)을 수매비축하고, 고랭지배추 계약재배 물량 7000t도 조기에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양파·마늘, 수입으로 충당 계획=양파·마늘도 사정은 좋지 않다.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평년보다 18%나 감소했다.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만생종은 작황까지 부진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올 양파 생산량은 평년 대비 14% 감소한 121만8000t에 그쳐 14만t 정도의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늘도 재배면적이 평년에 견줘 20%나 줄었다. 구 비대기 고온으로 작황도 부진해 생산량은 평년보다 12% 감소한 29만t에 불과할 전망이다. 수요보다 4만1000t 정도가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22일 즉각 수입 방침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날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조기에 도입하고 수급조절매뉴얼상 심각단계가 지속되면 공급 부족량 범위 내에서 TRQ 증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늘도 값이 급등하면 TRQ 물량을 조기에 도입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파 TRQ 물량 도입 시기는 농가의 잔여 물량(20% 정도) 출하와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늦추겠지만, 22일 수준의 값(1㎏당 1321원)이 1주일 정도 지속되면 바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지에서는 수입 방침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값이 떨어질 때는 손놓고 있다가 값이 오를 때는 양파 수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입방침을 밝혀 농가소득을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 수급대책 필요=배추와 양념류 등 주요 농작물의 수급 불안이 우려되면서 관측정보를 토대로 한 적정 생산 유도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측정보는 농업인들의 재배의향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공ㆍ유통 주체를 대상으로 한 농산물 재고ㆍ저장량 조사가 필요하고, 농업인 및 지역농협ㆍ지자체가 재배면적 조절을 통한 자율적인 수급조절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병옥 농경연 연구위원은 “적정 재배 면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선제적인 수급대책이 될 수 있다”며 “날씨 등의 변수만 없다면 재배면적이 적정 수준보다 10%가량 적어도 품종과 재배기술로 충분히 적정 생산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