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축분뇨법)’이 3년여 동안의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으나 여전히 양축현장에 대한 규제조항이 많이 들어 있어 국내 축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마련한 가축분뇨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축산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내용은 ▲불법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제도 신설 ▲불법 축사의 합법적인 전환 유예기간 설정 ▲가축분뇨 퇴·액비의 품질 및 검사기준 마련 등이다.
우선 이 법은 불법 축사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이 배출시설 폐쇄나 6개월 이내의 사용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제를 신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 축사엔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축사,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들어선 축사 등과 함께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 가축을 사육하지 않은 축사도 포함된다. 또 사용중지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은 축사,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축사 등도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불법 축사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현재 전국 9만여개의 축사 가운데 50% 정도가 불법 축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돼지를 기르는 김모씨(경기 여주시 금사면)는 “정부가 말하는 불법 축사 대부분이 축산장려 시책에 따라 면적을 넓히거나 창고 등 시설을 만든 경우”라며 “단지 행정기관의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법은 불법 축사에 대해 허가나 신고를 거쳐 합법 축사로 전환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둬 눈길을 끈다. 당초 유예기간 설정을 놓고 환경부는 2년, 축산단체는 4년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최종적으로 통과된 법에는 법 시행 이후 일반농가는 3년, 소규모 농가는 4년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는 법 시행 이후 3년이 경과한 2018년(일반농가) 또는 2019년(소규모농가 및 한센인촌)부터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춰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마쳐야 행정처분을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영세 축산농가가 많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 동안 모든 축산농가가 합법적인 시설을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축사에 사용중지 명령을 내려도 농가가 곧바로 사용중지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판단, 명령을 대신해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축산단체들은 그동안 과징금 한도액 1억원은 지나치다며 농가 현실을 감안해 5000만원 이하로 낮춰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의 관리를 강화토록 규정한 것도 축산농가들에겐상당한 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법 제10조 2항을 보면 지자체장은 가축분뇨 퇴·액비로 생활환경이나 공공수역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퇴·액비를 배출·수집·운반·처리·살포하는 자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주거나 상업지역을 포함한 곳에서 악취민원만 발생해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퇴·액비 사용이 그만큼 까다롭게 변한다는 얘기다.
이 법은 또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들어 농지에 살포하기 위해선 대통령령으로 품질과 검사기준을 새로 만들어 적용토록 하고 있다. 오종극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4일 기자브리핑에서 “농경지에 살포되는 퇴·액비 중 12% 정도만 비료관리법에 의한 공정을 따르고 나머지는 기준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 가 보면 일부 농가들은 농경지를 가축분뇨 처리장처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혀, 가축분뇨 퇴·액비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김재열 농협중앙회 축산자원국 팀장은 “개정된 가축분뇨법은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축산업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법 때문에 축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축산단체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정부가 하위법령을 마련할 때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