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동안 양파 값이 폭락해 농가들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값이 좀 회복되나 싶으니 물가안정 운운하며 수입물량을 푼다, 수입에 나선다고 야단이니 허허 참….”
23일 경남 창녕지역의 농협 양파 계약재배 물량 검품 현장. 현장에서 만난 양파농가들은 전날 정부가 수입을 통해 양파 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만3223㎡(4000평)의 양파농사를 짓는 한성권씨(45·유어면 대대리)는 “양파 값이 2~3년간 곤두박질 쳐 농가들이 있는대로 골병이 다 들었다”면서 “올해는 작황부진으로 양파 값이 조금 회복돼 그동안의 손실을 어느정도 벌충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서 9917㎡(3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김상구씨(57)는 “지난해에는 3.3㎡(1평)당 양파가 20㎏ 이상 나왔는데 올해는 파종기 때 잦은 비와 수확기 가뭄으로 15㎏ 정도 밖에 안 된다”며 “이렇게 수확량이 줄어든 반면 비료 등 농자재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어 채산성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대리 부녀회장인 서순화씨(58)는 “지난해 3000망을 저온창고에 넣었다가 20㎏ 한망당 5000원에 팔아 큰 손해를 입었다”면서 “올해 가격이 좀 나아져서 숨 좀 쉴까 했는데 정부가 수입카드를 꺼내니 농사지을 맛이 안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어면 진창리에서 5만9504㎡(1만8000평)의 농사를 짓는 이창발씨(54)는 “지난해 저온창고에 보관한 양파의 손실액만 1억원에 달하고,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5000망 적은 1만5000망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면서 “지난 몇년간 양파 농사로 골치를 앓은 농가들이 면적을 줄였고, 이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정책당국의 태도를 보면 생산자인 농가는 좋은 가격을 받으면 안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농가 변정숙씨(54)도 “농산물은 특성상 값 등락이 당연하고, 이제 막 수확을 끝내 아직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저율관세할당(TRQ) 등 수입대책부터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입으로 농산물 물가를 조절하려는 시도는 올바른 수급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몇년 전 배추와 고추파동 때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산지유통 전문가들은 “가격 등락이 심한 품목은 재배면적이 해마다 널뛰기를 하고, 이에 대해 수입카드로 대응하려는 정책당국의 수급대책이 반복되는 한 수급불안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서 “농산물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농가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줘 생산기반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