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계 사육마릿수가 늘어 닭고기 공급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나 소비는 부진해 가격 급락을 포함한 육계산업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위기를 맞기 전에 일정 물량의 닭고기를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등의 획기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육계관련 생산자단체 등에 따르면 농가들은 올해 월드컵 축구대회 특수 등을 기대하고 연초부터 사육마릿수를 크게 늘렸다. 또 유통업자들은 미국·브라질 등에서 닭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했다.
실제 한국계육협회가 닭고기 생산 잠재력을 조사한 결과 올 들어 2월까지는 지난해보다 저조했지만 3월 102.8%, 4월 108.3%, 5월 110.5%, 6월 111%를 기록한 데 이어 연말까지 계속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닭고기 생산 잠재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초과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올 상반기 닭고기 수입량도 6만724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9.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가 사라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닭고기 소비가 크게 부진, 산지 닭값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지 닭값은 초복 1주일 전인 11일 1㎏당 평균 1300원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때(초복 1주일 전)의 1900원대보다 600원 정도나 낮았다.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재의 악조건과 향후 닭고기 생산량 등을 감안할 때 육계산업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1일 기준으로 육계 사육마릿수가 3개월 전에 비해 무려 33%나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데 이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9월까지 도계마릿수가 늘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산자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생산자단체 한 관계자는 “냉동 비축물량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닭고기가 넘쳐나 육계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 6월 현재 닭고기 냉동 비축물량은 지난해보다 38%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닭고기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우고기처럼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실시해 체화된 물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산지 가격과 소비지 가격을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김모씨는 “산지 닭값은 바닥세라고 하는데, 치킨이나 삼계탕 값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산지 가격만큼 치킨 등의 값을 내리면 소비자들이 한마리라도 더 사먹을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육계사육 농업인들과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정부는 육계산업 보호차원에서 일정 물량을 수매해 비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