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 농업·농촌은 애틋한 그리움이고 가슴 저린 아픔입니다.” 16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농업·농촌을 생각하면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애틋함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농업에 종사하는 일이 늘 힘들고 고된 노동이어서 고통과 아픔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농업인에게는 “우리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한번 이를 악물어보자”고 격려했다. 안 지사는 차분하면서도 때론 격정적으로 3농혁신, 쌀 관세화 등 도정방향과 농정현안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 민선 5기에 이어 6기에서도 3농혁신을 도정의 핵심목표로 제시했는데.
▶농촌이 잘살아야 선진국이다. 농업·농촌·농업인의 문제가 어렵다고 해서 놓고 갈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 식량안보와 주권이라는 차원에서, 생태적가치 측면에서 농업과 농촌이 대한민국의 굳건한 뿌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농업이 굉장히 불안하다. 따라서 농업의 생산·유통·판매가 안정적인 구조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3농혁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농업인이 농정의 주인이 되어 생산·유통·소비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 3농혁신을 통해 이루고자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
▶농업정책은 성격상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천천히 갈 때 튼튼히 쌓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3농혁신에 대한 이해와 참여, 공감대 확산에 노력해 왔다. 앞으로 친환경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 유통체계 혁신, 마을 재구조화, 지역혁신모델 구축, 지역리더 육성 5대 전략과제와 30대 중점사업에 대한 보완 및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시적인 열매 맺기를 위해 노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단결하고 스스로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혁신하는 자세를 심어주는 것이다. 충남의 이 같은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 텅 비고 노쇠한 농업·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 쌀 관세화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18일 정부는 쌀시장 관세화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모두 뭐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에 기대어 서로 ‘뜨거운 감자’를 회피해 온 것 아닌가. 쌀이 우리의 주식이라 한다면 쌀산업의 보호·육성을 위해서 우리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협상을 진행해 와야 했다.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원론적 싸움만 있지 구체적인 대안은 아무도 만들지 못하는 모습이 한국사회에 작동하는 가장 큰 결함이다. 또 많은 농업인들이 개방을 안할 도리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타협안을 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투쟁만 해서 어떻게 하려고 하나.
- 어떤 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이라도 국가와 농업인 지도자들은 구체적으로 쌀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는 (관세화하는 대신) 쌀산업을 포함한 농업의 보호·육성을 위해서 국가의 소득보전직불금을 유럽 수준까지 올리자고 제안한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상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제도를 마련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의 농업인과 비슷하도록 국가 재정계획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농업인들도 이 안을 받아주어야 한다. 미봉책으로 찔끔찔끔 무슨 시설 좀 넣어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건 농가의 자기책임성을 떨어뜨리고 실질소득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 지난 3월 공익형 농업직불금제도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중앙정부가 그동안 여러 직불금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시장개방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의 농가경영 안정에만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제시한 직불금제도는 최소한의 농가소득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농가소득을 보전하고 농업분야의 미래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하자는 취지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위해 농업(희망농업직불), 환경(생태경관직불), 농촌(행복농촌직불)의 3개 축으로 직불금을 재편하자는 안이다. 현실적으로 쌀 관세화와 같은 농정현안에 지방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고 정치인으로서의 지방정부 책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보폭이 너무 좁아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처럼 계속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
- 충남 농업인을 비롯한 전국의 농업인에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한다.
▶누가 도와줘서 성공하는 인생은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우리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한번 이를 악물어 보자. 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농축산물이 국민에게 사랑받게 하는 일이다. 어떠한 법과 제도, 국가정책도 우리를 살려 내지 못한다. 정치인 몇 명 붙들고 흔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만이 살릴 수 있다. 국민이 우리 농축산물을 신뢰하고 사랑하면 살 수 있고 ‘싼 거 사다 먹자’라고 마음이 바뀌면 다 죽는 거다. 길은 협동조합으로 단결하는 일이다. 대다수 농업인은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선별·출하로 시장마케팅력을 확보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새로운 생산·유통혁신으로 ‘우리 농축산물이 제일이다’라는 신뢰를 얻어 (소비자가) 착한 소비를 하고 (우리는) 좋은 가격을 받도록 노력하자.
●안희정 도지사는…
▲50세 ▲충남 논산 ▲고려대 졸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행복도시 원안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 ▲민선 5기·6기(현) 충남지사
출처: 농민신문